
[더구루=길소연 기자] 삼성중공업이 '4300억원' 규모 초대형 에탄운반선(Very Large Ethane Carrier·VLEC) 2척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일본 해운사 미쓰이 OSK 라인(MOL)이 인도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ONGC)의 VLEC 신조 입찰을 따내면서 삼성중공업이 VLEC 유력 건조사로 떠올랐다.
9일 노르웨이 조선·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Trade Winds)'와 싱가포르 글로벌 조선해양 뉴스매체인 스플래시247(Splash 247) 등 외신에 따르면 ONGC는 올초 MOL과 일본 해운사 NYK, 말레이시아 해운그룹 MISC 버하드(Berhad) 등 3개 회사의 제안서를 두고 평가한 결과 이사회 승인에 따라 MOL과 10만㎥급 VLEC 2척을 건조·소유·운영하는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했다.
MOL과 ONGC는 합작법인을 세워 2척의 신조 VLEC를 운영한다. 선박은 인도 후 구자라트주 다헤즈에 위치한 듀얼 피드 크래커(Dual-feed cracker) 공장을 운영하는 ONGC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ONGC 페트로 에디션즈(OPaL)에 수입 에탄을 운송하는데 사용된다. 이 공장은 ONGC의 원료 공급 다각화를 위한 노력으로 건설된 것으로, 2028년 5월부터 연간 80만 톤의 수입 에탄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합작법인은 계약에 따라 ONGC가 최소 2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며, 필요에 따라 최대 50%까지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나머지 지분은 MOL이 보유하게 된다.
VLEC 건조사로는 삼성중공업이 유력하다. ONGC는 10만㎥급 VLEC 3척에 대한 견적서를 받으며 일본과 중국을 배제했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에만 견적서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2025년 5월 29일 참고 인도발 '1.4조' 유조선·컨선 몰려온다…한국·중국 수주 경쟁>
3사 중에는 삼성중공업이 제안한 조건이 인도 일자 등에서 앞서 있어 경쟁에서 유리하다.
MOL이 삼성중공업에 VLEC를 발주한 경험도 수주 경쟁력을 높인다. MOL은 올해 3월 삼성중공업에 VLEC 2척을 발주했다. 이 선박들은 2027년부터 2028년까지 태국 시암시멘트그룹 계열사인 SCG 케미컬스와 장기 용선된다.
2014년 VLEC 사업에 진출한 MOL은 에탄 운송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해 왔다. MOL이 관리·운영하는 VLEC는 인도 완료 기준으로 전 세계 운영 중인 약 90척의 VLEC 중 14척이다.
에탄운반선은 셰일가스 같은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영하 89도의 액화 상태로 운송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7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8만8000㎥급 초대형 에탄운반선 6척을 인도 릴라이언스로부터 수주하며 독보적 품질 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수주분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VLEC 18척 가운데 11척(시장점유율 61%)을 수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