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나윤 기자] 동남아 시장에 적극 진출했던 국내 은행들이 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현지 고금리와 경기 둔화, 정치 불확실성, 미국발 수출 관세 부과까지 겹치면서 리스크가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계 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 NPL(고정이하여신) 비율은 7.82%, 캄보디아는 6.15%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평균(0.54%)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작년 10월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무상급식, 저소득층 주택 300만채 공급, 최저임금 7% 인상 등의 정책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발생했고 현지 화폐인 루피아는 최근 몇 달 사이 10%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캄보디아는 그동안 경제 규모 대비 금융업 성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OK저축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이 공격적으로 진출한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저신용 고객군 연체율 증가 등 업황 악화와 고금리 부담이 겹치며 현지 대출 부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계 은행의 NPL 총액은 전년 대비 1억6000만달러(약 2200억 원) 증가, 당기순이익은 130만 달러(약 18억 원) 감소하며 수익성에 적신호가 커졌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계 은행의 NPL 비율은 지난해 기준 0.51%로 동남아 3개국 중 가장 낮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의 줄도산과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해 금융권 전반의 부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남아 관세 정책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미 정부는 캄보디아 49%, 베트남 46%, 인도네시아 32%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현지 수출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낮출 수 있어 현지에 있는 한국계 금융사에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