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통합(SI) 법인 '버테크(Vertech)'가 대규모 태양광·에너지저장 프로젝트 신규 수주를 따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활용한 턴키 공급 모델이 본격 상업 프로젝트에 적용되며 북미 ESS 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미국 신재생 에너지 개발업체 D.E. 쇼 리뉴어블 인베스트먼트(DESRI)는 14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도냐아나카운티에 산타테레사 태양광·에너지저장 프로젝트를 착공하고 자금 집행 통보(FNTP)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150메가와트(MWac) 태양광 발전과 600메가와트시(MWh)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으로 구성된 뉴멕시코 최대 규모 재생에너지 시설 중 하나다.
이번 프로젝트에 공급되는 BESS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시스템통합(SI) 법인인 버테크가 담당한다. 버테크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함께 자체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 ‘에어로스(AEROS)’를 공급하고, 장기 서비스 계약을 통해 기술지원 및 유지관리까지 수행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달부터 양산을 시작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쓰인다.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 중 미국 현지에서 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춘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보조금 수혜 조건인 미국산 부품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셀 제조부터 시스템 통합까지 ESS 밸류체인의 전 과정을 자체 수행했다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시장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산타테레사 프로젝트는 텍사스주 지역 전력회사 '엘파소 일렉트릭(EPE)'와 20년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완공 시 약 6만 가구에 청정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조달에는 DNB은행 뉴욕 지점과 캐나다국립은행이 공동 주간사를 맡았다. △한국산업은행 △스미토모미쓰이신탁은행 뉴욕 지점 △도이치뱅크 트러스트 컴퍼니 아메리카스 등도 참여했다. EPC(설계·조달·시공)와 운영·유지관리(O&M)는 솔브에너지(SOLV Energy)가 담당한다.
박재홍 버테크 대표는 "무더위 속 에너지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산 배터리 시스템으로 청정에너지를 전력망에 공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이 프로젝트는 에너지저장 분야의 중대한 전환점이며, DESRI 및 EPE와 함께 미국 에너지저장 시장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 마틴 DESRI 개발총괄책임자는 "산타테레사 프로젝트는 DESRI와 EPE 간 협력 확대의 핵심이자, 비용 효율적인 태양광 및 저장 설비가 뉴멕시코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대규모 저장 시스템을 통해 지역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도냐아나카운티와 뉴멕시코 전역의 청정에너지 및 경제 발전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버테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22년 미국 ESS 업체 ‘NEC에너지솔루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신설한 회사다. ESS 사업 기획, 설계, 설치, 유지·보수 등 전 단계를 아울러 고객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순 배터리 공급을 넘어 SI까지 제공하는 완결형 사업 역량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최근 신규 수주를 잇따라 따내며 북미 ESS 시장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작년 11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Terra-Gen)’과 최대 8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다음달인 12월엔 미국 재생에너지 인프라 펀드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Excelsior Energy Capital)’와 계약을 맺고 7.5GWh 규모 ESS를 납품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