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기아가 출시 예정인 전기차 EV1과 EV2를 포함한 전 라인업에 복수 트림명을 조합해 미국에서 상표 출원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엔트리급 전기차 다변화는 물론, EV 시리즈 전체의 제품 전략 재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7일 미국특허청(USPTO)에 따르면 기아는 EV1과 EV2 모델명에 각각 △라이트(Light) △랜드(Land) △웨이브(Wave) △윈드(Wind) 등 네 가지 트림명을 덧붙인 상표를 지난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 사이 순차적으로 출원했다. 'EV1 라이트, 'EV2 윈드' 등으로 구성된 상표는 자동차 관련 상품군으로 분류됐으며, 현재 초기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트림명으로 사용된 단어들은 각각 △보급형(라이트) △오프로드 지향(랜드) △감성·레저(웨이브) △공기역학적 디자인(윈드) 등을 연상케 한다. 이는 기아가 EV1과 EV2를 단일 사양으로 내놓기보다는 시장별 수요에 따라 세분화된 복수 트림으로 구성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상표 출원은 EV1·EV2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아는 EV3부터 EV9까지의 모델명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트림명을 조합해 총 36건 이상의 상표를 미국에 출원한 상태다. 다만 EV6, EV9, EV3, EV4 등 현재까지 실제 출시된 전기차 모델들에서는 해당 트림명이 사용된 바 없다. 이에 따라 EV1과 EV2가 이러한 네이밍 전략이 본격 적용되는 첫 모델이 될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EV1은 콘셉트카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수 트림명이 선제 확보된 사례다. EV1은 기아가 EV2보다 더 작은 크기의 엔트리급 전기차로 개발 중인 모델이다. 플랫폼과 배터리 용량을 최소화한 도심형 전기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 시장 또는 도시형 모빌리티 수요를 타깃으로 한 초소형 전기차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V2는 지난 2월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열린 '기아 EV 데이'에서 콘셉트카로 공개됐다. 유럽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 시장을 겨냥한 전략 모델로 미니 일렉트릭, 푸조 e-2008 등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기아는 내년부터 해당 모델을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2는) 가격 경쟁력으로 유럽에서 연간 10만 대까지 판매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본보 2025년 6월 2일 참고 [단독] 기아, EV2 유럽 현지 생산…내년 슬로바키아 공장 본격 생산>

EV 시리즈는 기아가 지난 2021년 '뉴 기아 브랜드 쇼케이스'에서 발표한 전기차 전용 라인업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다. EV2부터 EV5까지는 대중화 모델, EV6부터 EV9까지는 플래그십 모델로 구분된다. 총 9종 중 7종을 오는 2027년까지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EV5가 출시되면 총 5종이 시장에 나오는 셈이다. 기아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 6.6%, 내년까지 연간 50만 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