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튀르키예 정부가 한국과 헝가리 등 주요 수입국을 대상으로 타이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관세 부과 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현지 판매 전략과 수익성 등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튀르키예 상무부 관보에 따르면 상무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국, 헝가리, 체코,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인도 등 6개국에서 수입되는 승용차 및 경상용차용 공기압식 타이어(PCR 및 LT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현지 타이어 제조사 '펫라스(Petlas Lastik Sanayi A.Ş.)’가 자국 시장 내 불공정 저가 수입을 이유로 제기한 청원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조사 대상 품목은 경상용차, 중·대형 상용차, 농업용 타이어 등이다. 조사 기간은 2022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이며, 이 기간 수입량 변화와 국내 산업 피해 여부가 핵심 검토 항목으로 제시됐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번 조사가 수입 제품의 가격이 국내 생산자 가격을 낮추거나 억제해 현지 산업에 피해를 끼쳤는지를 중심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수입국의 제품이 국내 가격 형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현지 시장 내 가격 인하 압력을 유발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덤핑 판정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상무부의 설명이다.
한국산 경상용차용 타이어는 2024년 터키 시장에서 현지 제품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며 국내 기업의 단가를 압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2022~2023년에는 이 같은 가격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체코·헝가리·세르비아산 제품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반적으로 현지 기업의 판매가격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슬로바키아산 타이어는 같은 기간 가격 영향이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형차용 타이어의 경우 세르비아산 제품이 2023~2024년 현지 시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한국산 제품은 조사 기간 전반에서 현지 가격 변동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용 타이어 부문에서는 인도산과 체코산 제품이 일부 구간에서 가격 하락을 유도한 사례가 확인됐다.
튀르키예 상무부는 관련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비공개 신청 요약본과 질문서를 송부했다. 이해관계자들은 통지일로부터 37일 내 회신해야 한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중동을 잇는 주요 수출 시장으로, 국내 타이어 기업들이 현지 판매를 통해 유럽 진출 기반을 넓혀온 지역이다. 이에 따라 반덤핑 조사가 장기화하거나 추가 관세로 이어질 경우 한국산 타이어의 현지 판매 및 유럽향 수출 경로에도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승용차용 타이어뿐 아니라 경상용차용 제품까지 조사 범위에 포함되면서, OEM(완성차 납품)·애프터마켓(교체용) 양쪽 모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