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일 기자]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호주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우수한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디지털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양새다.
22일 코트라 멜버른무역관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5년 69억5000만 달러(약 10조2145억원)에서 2030년 85억8000만 달러(약 12조6100억원)로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IT 부하 용량도 203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해 연평균 15.25%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호주 데이터센터 시장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16일 AI 인프라 기업 퍼머스 테크놀로지스(Firmus Technologies)는 엔비디아(Nvidia), 캔버라 데이터 센터(CDC)와 협력해 2028년까지 733억 호주달러(약 69조7800억원) 규모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6월에는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향후 5년간 200억 호주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인프라를 확장하겠다고 밝혔었다.
호주가 데이터센터 최적지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 환경이 있다. 호주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청정에너지 도입과 전력 안정성 강화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국가 전략은 전력 가격 안정과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친환경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전력 공급 뿐 아니라 지리적 이점도 크다. 호주는 싱가포르, 일본, 미국 서부 등 주요 데이터 허브와 연결되는 해저 케이블망을 보유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데이터 전송 허브 역할을 한다. 또한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 위험이 낮아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다만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물 사용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호주 에너지시장운영기관(AEMO)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의 약 6%를 소비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냉각 시스템에 사용되는 대량의 물 소비가 물 부족 국가인 호주에 부담이 될 수 있어, 폐수 재활용 등 물 효율적인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트라 멜버른무역관은 "호주 데이터센터 시장은 단순한 시설 수요를 넘어, 첨단 기술과 지속가능성 솔루션을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에는 전력, 소프트웨어, 냉각 등 핵심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