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추진 중인 '패치형 백신' 전략이 상용화 단계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핵심 파트너사인 호주 바이오테크 기업 백사스(Vaxxas)가 현지 규제 당국의 제조 허가를 확보하면서, 임상 속도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호주 의약품청(TGA)은 16일(현지시간) 백사스의 '고밀도 마이크로어레이 패치(HD-MAP)' 백신에 대한 제조 허가를 승인했다. 백사스는 브리즈번 소재 자사 바이오메디컬 시설에서 임상시험용 HD-MAP 백신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허가는 멸균 제조를 전제로 한 벡사스의 첫 로봇 기반 생산라인 구축에 따른 것으로, TGA가 규정한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을 충족했음을 의미한다. 임상용 물질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개발 일정 단축은 물론,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D-MAP은 초미세 바늘이 배열된 패치를 피부에 부착해 백신을 전달하는 기술로, 흔히 '마이크로니들'로 불린다. 간단한 어플리케이터를 통해 접종이 가능해 자가 투여를 지원하고, 냉장 유통(콜드체인)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접종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기존 근육 주사 방식 대비 적은 용량으로도 충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성과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협업 측면에서 더욱 주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3년 백사스와 HD-MAP 기술을 적용한 장티푸스 단백 접합 패치 백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급하는 장티푸스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 항원을 패치형 제형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글로벌 헬스케어 자선 재단 '웰컴트러스트(Wellcome Trust)' 지원 아래 임상 1상 단계까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백사스가 제조 허가를 확보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한층 뚜렷한 사업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면서 개발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줄었고, 향후 임상 성과에 따라 상업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사라 마이부시 백사스 의장은 "TGA 제조 허가는 HD-MAP 기술 상용화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콜드체인 요구를 줄이고 자가 투여를 가능케 함으로써 전 세계 백신 접근성과 접종률을 가로막는 주요 장벽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앵거스 포스터 백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이번 허가는 추가 개발을 위한 핵심 경로를 열었을 뿐 아니라 호주 바이오의약 산업의 자립적 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백사스는 새로 허가를 받은 생산 시설이 향후 임상 프로그램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지원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이번 파트너사의 성과를 발판으로 차세대 제형 플랫폼 전략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공공백신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