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년 초 루마니아 신공장 건설에 돌입한다. 연구부터 생산, 유지보수까지 통합된 기지로 조성해 유럽 방산 시장에서 루마니아의 전략적 위상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루마니아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한편, 차세대 장갑차 사업 수주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국영 통신사 아게르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지 선정과 승인 등 행정 절차가 완료돼 1월 말 착공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신공장은 한화의 유럽 최초 지상방산 무기체계 전용 시설로 K9 자주포와 K10 탄약장갑차, 레드백 궤도식 보병전투차(IFV), 미래 무인 전투시스템과 같은 첨단 플랫폼을 테스트, 생산, 통합, 유지보수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7월 K9 자주포 54문, K10 탄약운반차 36대 등 1조3828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지화 계획으로 신공장 건설을 제안했다. 루마니아 담보비차를 부지로 택하고 행정 절차를 밟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공장의 안정화를 위해 체계적인 기술 이전을 진행한다. 엔지니어링과 테스트, 제조, 연구·개발(R&D) 등 여러 직책에서 직·간접 일자리 2000개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루마니아 기업들과도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손 사장은 "용접과 전자, 시험 등을 전문으로 하는 30개 이상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며 "추가 파트너십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 사장은 신공장이 루마니아의 국방 자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루마니아가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에서 능동적으로 수요에 대응함으로써 안보적 이점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루마니아 방산 기업들이 한화 공급망에 진입함으로써 루마니아산 부품을 유럽 주요국에 수출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사장은 최대 80%에 달하는 현지화율을 앞세워 루마니아 장갑차 사업에 대한 수주 의지도 표명했다. 레드백이 선정된다면 승무원 양성과 실사격 훈련, 수리 교육 등 광범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차체와 포탑 등 주요 하위 시스템에 대한 기술 이전, 루마니아 연구 기관과의 협력, 전 수명주기 및 현대화에 필요한 노하우 전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손 사장은 "신공장이 설립되면 루마니아는 첨단 장갑 플랫폼을 생산, 시험, 유지보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하나가 된다"며 "이는 서유럽 의존도를 낮추며 동맹국 전역의 산업 역량을 강화하려는 나토의 목표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루마니아에서의 이중 공급망은 위기 상황에서도 공급의 안전성을 보장한다"며 "분쟁 발생 시 억지력과 회복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부연했다.
내년 인도가 전망되는 K9 자주포 사업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손 사장은 "루마니아향 K9과 K10은 창원 공장에서 모든 공정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고 이미 생산 후반 단계에 있다"며 "한화는 모든 유럽 K9 프로그램에서 탁월한 납기 준수 실적을 자랑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