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나노H2O(NanoH2O, 구 LG화학 워터솔루션 사업부)가 이집트 정부 핵심 관계자와 회동하며 북아프리카 담수화 시장 선점을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특히 이번 만남은 이집트가 국가적 과제로 추진 중인 '2050 담수화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서 나노H2O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19일 이집트 일간지 알 유욤 아삽(اليوم السابع)에 따르면, 사이드 이스마일(Dr. Sayed Ismail) 이집트 주택·시설·신도시부 차관은 최근 나노H2O 및 현지 파트너사 레오서브(Rheoserve) 관계자들과 만나 해수 담수화 및 하수 처리 설비 분야의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택부 산하 프로젝트관리유닛(PMU)과 상·하수도 지주회사인 HCWW 등 이집트 수자원 인프라를 총괄하는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협업의 무게감을 더했다.
나노H2O 측은 이 자리에서 이집트 내 전기·기계 설비 제조의 현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자사의 독보적인 역삼투압(RO) 분리막 기술을 소개하며, 기존 제품 대비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을 최대 25%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에너지 효율 개선을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는 이집트 정부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이번 회동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이집트 정부가 이미 담수화 인프라 확충을 국가 차원의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집트는 지중해와 홍해 연안을 따라 11개 해안 주에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오는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주택부를 중심으로 △상·하수도 지주회사인 HCWW △수자원·관개부 △수에즈 운하청 등 범정부 차원의 협력 아래 진행되고 있다. 국제 기업 유치를 전제로 설계됐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 수자원 위기 극복을 위해 담수화 목표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집트 내각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0년경까지 하루 담수 생산량을 현재의 7배 수준인 1000만㎥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스마일 차관은 회의에서 담수화 설비 부품의 현지 제조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민관협력(PPP) 모델을 통한 해외 기술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배구조의 변화 역시 나노H2O의 이집트 시장 공략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나노H2O는 이달 초 LG화학이 신성장 사업 역량 집중을 위해 수처리 사업부를 매각함에 따라, 국내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의 공동 인수를 통해 독립 법인으로 공식 재출범했다.
과거 LG그룹의 일원으로 쌓아온 글로벌 인지도에 중동 최대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의 사업 확장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집트의 대규모 담수화 로드맵과 나노H2O의 기술력, 여기에 중동 자본의 네트워크가 결합되면서 향후 실질적인 프로젝트 참여와 현지 생산 기지 구축으로 이어질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