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한국전력이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 최초로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 'CES 2026'에 단독관을 세우고 혁신 기술력을 뽐낸다. 전력망·에너지저장·인공지능(AI) 기반 운영 등 기술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공기업을 넘어 에너지 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30일 한전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 1월 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의 메인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 단독관을 운영한다. '오늘 만나는 내일의 전기(Power of Tomorrow, Discovered Today)'라는 주제로 '발전-송변전-배전-소비' 전단계를 아우르는 전력 밸류체인 기술을 선보인다.
한전은 자체개발부터 현장적용, 스마트 운영까지 가능한 세계 유일의 에너지 유틸리티라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전시관에는 발전소 운영을 지능형·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차세대 발전 플랫폼 ‘IDPP’을 비롯해 변전설비 예방진단 시스템(SEDA), 미래형 배전망 관리체계(ADMS), MV·LV 직류(DC) 배전 기술, 전력설비 자산관리 시스템(K-AMS) 등 9종의 기술 전시한다.
전시관은 '전기 거북선' 콘셉트로 꾸며진다. 거북선이 지닌 기술·혁신 상징성을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해 한전의 핵심 전력 기술과 미래 전력망 구상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내부에는 3면 몰입형 LED 공간이 설치돼 전력 기술이 도시·산업에 적용되는 흐름을 스토리 기반 영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은 기술 설명보다 상황과 문제 해결 과정 속에서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구성됐다.
전력 밸류체인 흐름은 별도 키오스크에서 시각화된다. 관람객은 발전 단계의 'IDPP'부터 송변전 설비 진단(SEDA), 생활 밀착형 서비스 ‘1인가구 안부살핌’까지 전력의 흐름을 지도처럼 따라가며 기술의 역할과 연계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한전은 글로벌 기업·투자사와 공동 연구개발(R&D)과 해외사업 협력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CES 현장에서 확보한 파트너십은 AI 기반 전력망, 직류 전송, 에너지 저장·안전 기술 등 해외 프로젝트 진출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 최초로 CES 혁신상 5개 부문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공식 입증했다. △AI 기반 송변전설비 예방진단 기술(SEDA) △하이브리드 에너지저장시스템(HESS) △변압기 부싱 진단장치(TansGuard-MX) △전력설비 광학진단시스템(ADS) △분산에너지 보안기술(SDMD) 등이다. 혁신상에 선정된 기술들은 모두 전력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한전이 CES 2026에 참가하는 것은 에너지 산업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한전의 역량을 세계 혁신 시장의 한복판에서 검증하고 ‘글로벌 에너지 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공공성과 안정성 중심의 조직이라는 국내 인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과 AI 기반 운영, 에너지 신산업 확산을 견인하는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CES 주최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한전의 기술 혁신 성과를 인정해 메인홀 단독관을 배정한 점 역시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의 경쟁 무대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공기업에서 글로벌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라며 "기술사업화와 해외시장 진출 속도를 한층 높여 국민부담 경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