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HVAC과 로봇 분야에서 성장 기회가 있다고 보고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두 영역(HVAC, 로봇) 뿐 아니라 주력 사업을 포함한 전 영역에서 항상 기회를 열어두고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사업 방향과 인수합병(M&A) 전략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류 CEO가 LG전자 수장으로 취임한 후 첫 간담회다.
◇ 가정용에서 산업 현장까지…'LG 클로이드' 축으로 생태계 확장
로봇 사업은 LG전자의 중장기 포트폴리오에서 전략적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CES 2026에서 공개한 가정용 AI 홈로봇 'LG클로이드'를 시작으로 산업용, 상업용 로봇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정용 로봇을 통해 확보한 기술과 폼팩터를 통제된 환경의 산업 현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베어로보틱스를 통해 배송·서비스 로봇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가정용과 상업용 로봇을 병행 추진하면서 사업 범위를 넓히고,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합해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핵심 부품은 내재화하되 센서, 배터리, 시스템 등은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 협업을 통해 LG그룹의 '로봇 생태계'를 구축한다.
류 CEO는 "가정용 로봇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일부 산업용을 'LG 클로이드' 브랜드로 확대할 계획”이라면 "LG전자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 20개 이상 공장이 있고 그룹사로 넓히면 더 많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로봇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엑추에이터 사업도 본격화한다.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로봇용 엑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Axium)'을 공개하며 관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가정용 모터에서 축적한 대량 생산 경험과 고신뢰성 기술을 로봇 산업으로 확장한다. 로봇 부품 설계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 '로보스타'와 협력해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LG 클로이드에 악시움의 엑추에이터를 탑재하는 것은 물론 추후 외판까지도 계획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LG 클로이드' 실증을 거쳐 내후년께 상용 판매를 계획하고 있지만, 느린 동작 속도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류 CEO는 "목표하는 수준보다 (LG 클로이드)가 아직 많이 느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집에 존재하고 활동해야 하는 로봇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가장 우선하고 있으며 대량 학습이 진행되면 몇 달 내 사람과 유사한 속도로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류 CEO이 로봇 사업 확대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신규 투자 역시 로봇 분야에 우선적으로 이뤄질 가능성 점쳐진다. 그는 "LG그룹 역량을 모두 집결하겠지만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트레이닝 팩토리 등 그 사이에 빠진 퍼즐들이 많아 협업해야 할 파트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가전과 달리 로봇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앞서가고 있다는 인식이다.
류 CEO는 CES 2026 전시를 돌아본 소감에 대해 "로봇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상용화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가 설정한 로드맵보다 일정을 앞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술 진전 속도가 빠르다"고 전했다.
◇ AI 데이터센터 냉각·TV…中 추격 속 '근원 경쟁력' 강조
데이터센터 HVAC 사업에 대해서는 AI 칩 효율 개선과 무관하게 구조적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류 CEO는 "칩 효율이 올라가더라도 데이터센터 냉각은 필수적'이라며 "기본적인 냉각만으로도 시장 규모가 커 사업 확대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TV 사업과 관련해서는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냉정하게 평가하면서도 전략적 방향성에는 선을 그었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신규 올레드(OLED) 패널을 적용해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OLED TV 라인업을 연내 확장하고, 마이크로 RGB와 미니 LED TV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박형세 MS사업본부장(사장)은 TCL과 하이센스의 전시를 언급하며 "기술 수준 자체는 유사한 지점까지 왔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올레드를 최상위 포지션으로 두고 마이크로 RGB와 미니 RGB를 병행하는 전략은 변함이 없으며 기술 경쟁력도 중국에게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CEO 역시 "중국 경쟁사들에서 신모델이라고 전시한 제품들을 봤을 때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 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압도적인 올레드 경쟁력에 더해 LCD 분야에서까지 기회가 많이 있겠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류 CEO는 이날 '근원적 경쟁력 확보’와 '고성과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수익성 기반 성장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품질·비용·납기(QCD)를 축으로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와 논-하드웨어(Non-HW) 등을 강화해 질적 성장을 달성한다. 또 AX(인공지능 전환)을 가속화해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