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로칩)'와 손잡고 차세대 차량 내 통신망으로 꼽히는 '10BASE-T1S' 기반 이더넷 기술 도입을 추진한다. 차량 전장 아키텍처를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통신 구조 단순화와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 전동화·자율주행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마이크로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10BASE-T1S 단일 페어 이더넷(SPE·Single Pair Ethernet)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차량 내 네트워크 솔루션 도입을 공동 검토하는 협력에 착수했다. 양사는 마이크로칩의 10BASE-T1S 솔루션을 현대차그룹의 향후 차량 플랫폼에 통합하는 방안을 검증하고, 기술 지원과 초기 제품 샘플을 활용해 개발 기간 단축과 시스템 성능을 최적화한다.
이번 협력은 현대차그룹이 차량 내부 통신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장 아키텍처 전환 작업에 착수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기차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커넥티드 기능 확대로 차량 내 센서·제어기 간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기존 CAN·LIN 등 다중 통신 버스 구조로는 확장성과 통합 효율에 한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10BASE-T1S는 차량용으로 설계된 이더넷 규격으로, 한 쌍의 전선만으로 여러 장치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멀티드롭 통신을 지원한다. 여러 표준·독자 통신 버스를 병행 사용하며 발생하던 브리지 연결을 줄여 배선 구조를 단순화하고 배선 무게와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네트워크 통합을 쉽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차량 내부 통신을 이더넷 기반으로 전환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기능 확장, 중앙집중형 전자·전기(E/E) 아키텍처 구현이 수월해진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인 고대역폭·고신뢰 통신 구조를 확보할 수 있어 전동화·자율주행·지능형 커넥티드 기능을 묶는 기반 인프라로 작동한다.
현대차그룹이 이더넷 검증에 나선 배경에는 SDV 전환 가속과 차량 데이터 폭증이 맞물린 구조적 압박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센서 확대로 차량 내부 데이터량이 급증하고, OTA 업데이트와 기능 구독 등 소프트웨어 중심 기능이 늘어나면서 기존 차량용 통신망으로는 구조적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확대로 배선 무게와 원가를 줄여야 하는 압박도 이더넷 전환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단일 페어 이더넷을 활용하면 배선을 줄이면서도 센서·액추에이터까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을 수 있어, 전동화 차량에서 요구되는 경량화와 구조 단순화에 유리하다.
마이크로칩은 10BASE-T1S를 포함한 차량용 이더넷 PHY·스위치와 네트워크용 MCU 등 차량 내부 통신을 구성하는 핵심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갖춘 업체다. 완성차 전장 구조 검증 단계에서 실무적으로 활용하기 적합한 기술 스택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마이크로칩의 협력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이더넷 기반 차량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중앙집중형 E/E 아키텍처와 SDV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차량 내부 통신 구조를 이더넷 중심으로 재편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도 이 흐름에 본격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티아스 케스트너(Matthias Kaestner) 마이크로칩 오토모티브·데이터센터·네트워킹 사업부문 부사장은 "마이크로칩의 단일 페어 이더넷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는 고객이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고, 제품 출시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한다"며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은 미래 모빌리티 수요에 대응하는 차세대 차량 내 네트워크 솔루션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마이크로칩과의 협력을 통해 이더넷 분야 전문성을 활용, 차세대 차량 연결성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은 10BASE-T1S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고, 차세대 지능형 커넥티드 차량 구현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