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초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D5-P5336' 가격이 유통 채널 기준 9개월 만에 약 3배 가까이 오르며 '신차 한 대'를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AI 서버·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화되며 초고용량 낸드플래시 기반 스토리지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의 'D5-P5336' 122.88TB 모델은 최근 미국 IT 유통업체 '테크아메리카'에서 3만712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5월 유통 채널을 통해 약 1만2399달러에 판매가 형성된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격이 약 20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출시 초기 테라바이트(TB)당 가격은 약 101달러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TB당 약 302달러까지 올랐다. 100개 이상 대량 주문 시에도 개당 할인폭은 1000달러를 밑돌아 유통가 기준 가격 상승 폭을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D5-P5336의 TB당 가격은 소비자용 NVMe SSD(TB당 40~80달러)와 7.68TB~30.72TB급 기업용 SSD(TB당 150달러 이하) 대비 2~6배 수준이다. 단일 드라이브에 초고용량을 집적해 랙 공간과 포트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초고용량 SSD의 비용 구조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가격 급등은 초고용량 낸드 생산 여건과 데이터센터 수요 집중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122TB급 SSD에 적용되는 고적층 QLC(쿼드레벨셀·셀당 4비트) 낸드는 수율 관리가 까다롭고 웨이퍼당 확보 가능한 완제품 수량이 제한적이어서 대형 고객 발주가 몰릴 경우 유통 물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AI 서버 확충 과정에서 고집적 스토리지를 본격 도입하면서 초기 생산분 상당수가 계약 물량으로 소화됐다. 기업용 SSD 시장은 대형 고객과의 계약 단가가 실거래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여서, 유통 채널 가격은 재고 상황에 따라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난다.
이번 가격 급등은 메모리 업황 내 수요 쏠림 현상이 낸드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메모리 제품에 투자가 집중되는 가운데 낸드 역시 범용 제품보다 AI 데이터센터용 초고용량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며 제품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 낸드·SSD 사업을 기반으로 출범한 기업용 SSD 전담 법인이다. D5-P5336은 SK하이닉스 낸드 기술을 적용한 초고용량 QLC SSD 라인업으로, 낸드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완제품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D5-P5336은 솔리다임이 2023년 초대용량 QLC 기업용 SSD 로드맵을 공개한 이후 선보인 모델이다. 2024년 11월 정식 출시를 발표했고, 2025년 1분기부터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됐다. 서버와 스토리지 어레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 환경을 겨냥해 출시됐다. 순차 읽기·쓰기 속도는 각각 초당 최대 6.84GB·2.93GB이며, 4KB 랜덤 읽기 성능은 최대 90만 IOPS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