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HD현대가 동남아시아 선박 생산거점인 필리핀 조선소에서 중대형 유조선 수주전을 본격화한다. 원가 절감에 유리한 필리핀 조선소에서 중대형급 유조선 생산을 늘려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31일 노르웨이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Trade Winds)'에 따르면 HD현대필리핀(HHIP)은 그리스 선사 델리아쉬핑(Delia Shipping)으로부터 11만5000DWT급 LR2(Long Range2) 석유화학제품운반선(Product/Clean Carrier, PC) 2척을 수주했다.
선가는 척당 7600만 달러(약 1150억원)로, 2척 수주가는 1억 5200만 달러(약 2300억원)이다. 신조선은 오는 2028년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번 LR2 발주를 통해 PC선 시장 재진입 의지를 드러낸 델리아는 3척의 유조선을 보유하고 있다. 2척은 대한조선에서 건조한 아프라막스급 탱커이고, 나머지 1척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PC선이다.
델리아에서 중대형 유조선을 수주한 HD현대필리핀은 연간 최대 10척의 선박을 건조하고, 5년 내 7000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부활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해외 생산거점 확대 일환으로 수빅조선소를 낙점한 HD현대는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이 보유한 조선소를 임차해 투자를 확대해왔다. HD현대베트남과 함께 상대적으로 선박 건조 비용이 낮은 유조선 중심의 조선소로 키워 수주를 늘리고, 수익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HD현대필리핀은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홍콩 시도상선과 일본 니센카이운(Nissen Kaiun)으로부터 수주한 11만 5000DWT급 LR2 유조선 8척을 건조하고 있다. <본보 2025년 8월 8일자 참고 : HD현대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 4분기 본격 '가동'…유조선 건조 착수>
수빅조선소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서쪽으로 110km 떨어진 수빅만에 위치한다.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이 2006년 조성했다. 전성기 약 2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며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조선소로 꼽혔지만 2016년 조선업 업황이 급격히 둔화되며 경영난이 악화됐다. 2019년 필리핀과 한국에서 빌린 은행 대출 약 13억 달러(약 1조7270억원)를 상환하지 못하며 영업이 중단됐다. 이후 서버러스가 수빅조선소를 50년 임대 계약으로 3억 달러(약 4155억원)에 인수했다.
HD현대는 수빅조선소에 K조선의 생산역량을 이식해 저렴한 인건비를 갖춘 동남아 조선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해상 풍력 플랫폼 건설과 선박 건조를 모두 지원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 운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필리핀 정부가 미국 정부에 수빅 조선소를 미 해군 건조 기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조선소 활용 방안이 넓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 이후 필리핀으로부터 총 12척의 함정을 수주, 필리핀 해군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2022년 현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 기 인도한 호위함과 초계함 등 함정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