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농심 '육개장 사발면'이 50만병 군 장병 선호 라면 1위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장병들의 '소울푸드' 자리를 지켰다. 뒤이어 '신라면 블랙 사발', '짜파게티 큰사발', '김치 사발면'이 나란히 2~4위에 이름을 올리며 농심 브랜드가 군 보급 시장을 꽉 잡았다. 군납 체계 변화 이후 제품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군 급식이 민간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군 보급기관이 구매한 컵라면은 총 279만2104개, 약 19억7000만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중 농심 육개장 사발면은 80만3140개가 공급되며 점유율 28.8%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약 50만 명의 장병이 1인당 연간 1.6개를 소비한 셈으로, 2위인 신라면 블랙 사발(33만1504개)과도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군대 라면의 대명사'임을 입증했다.
3·4위는 짜파게티 큰사발(31만4105개)과 김치 사발면(22만8553개)이 차지했다. 상위 4개 제품을 농심이 모두 가져가며 브랜드 지배력을 재확인했다.
전통적인 국물 라면의 강세 속에서 변화의 바람도 감지된다. 삼양식품 '까르보 불닭볶음면'(22만8217개)이 5위에 오르며 유일하게 상위권에 진입했다. 까르보·오리지널·치즈·로제 등 '불닭' 라인업 전체 공급량은 36만3909개로 전체의 13%를 차지한다. 강한 매운맛과 자극적인 풍미를 앞세워 젊은 군심(軍心)을 파고들며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전체 점유율로 보면 농심은 80.2%로 압도적이다. 1~4위를 싹쓸이하며 철옹성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삼양은 19.8%로 뒤를 이었다. 반면 민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오뚜기는 이번 기간 군 납품 실적이 없어, 군납 대응 전략 부재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소비 구조 변화도 뚜렷하다. 기존 육개장·신라면·짜파게티 중심 전통 3강 체제에 불닭이 새 축으로 편입되며 사실상 4강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상위권 제품 대부분이 매운맛 계열로 구성되면서, 군 급식에서도 강한 자극과 스트레스 해소형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격 경쟁력 역시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육개장 사발면은 평균 납품 단가 498원으로, 일반 소비자가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다. 대량·장기 계약 구조에 따른 가격 효율성과 스테디셀러 제품의 안정적 수요가 결합된 결과로 읽힌다. 전체 라면 조달 금액은 약 48억3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컵라면 비중은 20.1%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경쟁 구도는 지난 2018년 도입된 '다수공급자계약' 이후 본격화됐다. 기존 최저가 낙찰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품 선택이 가능해지면서 브랜드 간 경쟁이 촉진됐고, 실제로 농심·삼양·오뚜기·팔도 등 주요 업체 제품군이 확대됐다. 군납 시장이 단순 공급을 넘어 브랜드 경쟁력과 제품 선호도를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로 기능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군납 시장은 미래의 주 소비층인 20대 남성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라며 "농심의 수성과 삼양의 추격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