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폭스바겐그룹이 현대모비스와의 배터리 동맹을 이어간다. 일부 임원진의 반대로 한차례 좌초될 위기에 놓였었지만, 내부 자금 상황에 따른 전기차 생산 비용 절감을 이유로 기존 계획을 고수하기로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량 실직 사태가 예상돼 별도 고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스페인 매체 오크디아리오(okdiario) 등 외신에 따르면 오는 2025년 폭스바겐 란다벤(Landaben) 공장 인력이 2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폭스바겐 나바라(스페인) 임원진의 거센 반대에도 내부 자금 상황을 이유로 폭스바겐그룹이 끝내 이곳 공장 배터리 팩을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약 4~600명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란다벤 공장은 폭스바겐그룹 전동화 전략에 따라 100%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 시 기존 인력의 70%만으로도 소화가 가능한데다 당장 유휴 직원들을 배치할 곳도 여의치 않은 상태라 이들 직원에 대한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배터리팩 아웃소싱은 현대모비스가 맡는다. 란다벤 공장에서 10㎞ 거리에 위치한 부지에 배터리 팩 공장을 짓고 오는 2026년 가동할 계획이다. 이곳 부지는 나바라 정부가 제공한 곳이다.
대량 실직 사태 예견으로 공장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고용 방안 촉구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현대모비스 배터리 팩 공장 가동 시 간접 고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간접고용이란 노무제공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고 타인에게 고용된 근로자를 이용하는 고용형태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 배터리 팩 공장 가동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감축된 인원들에 대한 고용 보장안을 제시해 불안감을 잠재워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갈등이 심화될 경우 현재 생산하는 차량들에 대한 품질 저하는 물론 단체 시위 등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폭스바겐 나바라 임원진은 지난 4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그룹 본사를 방문, 란다벤 공장 배터리 팩 설비 투자를 요청했다. 그룹 차원의 전동화 전환에 따라 설비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른 공장들과 비교할 때 본사의 배터리 팩 아웃소싱 결정이 역차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실제 마토렐 공장의 경우 오는 2025년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전폭적인 지원 아래 100% 전동화 전환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이 발표한 스페인 전동화 전환 투자 금액 100억 유로(약 14조 원) 중 30억 유로(약 4조 원)가 투입된다. 나머지 금액은 팜플로나 공장 전기차 생산기지 전환과 발렌시아 배터리 셀 공장 설립에 쓰일 예정이다.
발렌시아 배터리 셀 공장은 연간 40GWh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설립된다. 폭스바겐그룹의 세 번째 배터리 셀 공장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셀은 마르토렐과 팜플로나 공장에 공급, 이들 공장의 배터리 독립 실현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