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SK E&S 파트너사인 호주 산토스가 전면 중단됐던 바로사-칼디타 해상가스전(이하 바로사 가스전) 파이프라인 공사를 일부 재개한다. 법원이 산토스의 손을 들어주며 사업 '올스톱' 위기에 놓였던 산토스는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17일 산토스에 따르면 호주 연방 법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산토스가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티위 제도에서 86.6km 떨어진 지역부터 해저 송유관 설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달 초 승인한 공사 구간 전체 건설을 임시 금지하는 명령에서 한층 완화된 조치다.
이번 판결은 원주민이 제기한 송유관 건설 중지 가처분 소송의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을 갖는다. 법원은 내달 4일 청문회를 개시할 예정이다.
산토스는 "회사는 바로사 가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바로사 프로젝트는 앞으로 수년간 다윈 LNG 플랜트에 가스를 공급할 예정이므로, 현지 일자리는 물론 기존 소유자, 수출, 투자자, 고객을 위해서도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호주 북부 티모르 해역에 위치한 최대 8개의 가스전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추출한 천연가스를 다윈에 있는 육상 시설로 보내 LNG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산토스가 지분 50%를 보유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SK E&S(37.5%)와 일본 발전회사 제라(12.5%)도 참여한다.
다윈 파이프라인 복제 프로젝트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과 연계해 진행되는 산토스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 일환이다. 총 길이 502km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동티모르 바유운단(Bay-Undan) 가스전과 다윈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을 연결한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천연가스를 다윈 플랜트로 옮겨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폐가스전인 바유운단으로 운송해 지하 3km 아래 바다 속에 저장하는 것이 골자다.
바로사 가스전 시추 공사는 1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티위 제도 므누피 지역 원주민들이 시추 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산토스가 패소한 탓이다. 원주민들은 협의 절차가 부족했다고 주장, 산토스와 SK E&S 등 바로사 가스전 사업자들을 제소했고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산토스는 원주민들과의 협상 끝에 당국에 새로운 환경 계획을 제출했다.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송유관 설치를 먼저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파이프라인 공사도 문화유산 훼손 논란이 일며 진전되지 못했다. 시추 공사에 이어 송유관 설치 작업까지 원주민들과의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산토스는 오는 2025년부터 바로사 가스전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차질없이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케빈 갤러거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공식석상에서 연내 시추 작업 재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본보 2023년 9월 18일 참고 산토스, 바로사 가스전 올해 재가동 '공언'…SK E&S 블루수소 밸류체인 '청신호'>
한편 SK E&S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통해 오는 2025년부터 LNG를 들여와 블루수소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다. 충남 보령 지역에서 연산 25만t 규모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CCS 플랜트로 전환한 바유운단 생산기지는 탄소중립 전초기지로 삼는다. 향후 국내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이 곳에서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