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인도네시아 최대 섬유·의류 생산업체 스리텍스(Sritex)가 과거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국내 금융권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값싼 중국산 섬유 제품 유입으로 경영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스리텍스에 자금을 지원했던 우리은행 해외 법인들이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완 세티아완 루크민토 스리텍스 사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과 만나 스리텍스 재정 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이완 사장은 스리텍스를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전환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회생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완 사장은 "더욱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구상했다"며 "반쪽짜리 계획이 아닌 지역사회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리텍스는 심각한 부채 위기에 빠져 있다.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총 부채는 16억 달러(약 2조2100억원)에 달하며, 대부분 은행과 채권에서 발생했다. 이 중 6억1890만 달러(약 8540억원)는 △뱅크 센트럴 아시아 △스테이트 뱅크 오브 인디아 싱가포르 지점 △시티뱅크 인도네시아 법인 △뱅크 무아말랏 인도네시아 △뱅크 CIMB 니아가 △뱅크 메이뱅크 인도네시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28개 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이다.
국내에서는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이 2000만 달러(약 276억원)와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이 2년에 걸쳐 1000만 달러(약 138억원)를 대출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두 법인은 지난 2020년까지 총 3000만 달러를 대출해 줬으며, 현재 관련 이슈가 특별히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 법인은 충당금을 100% 적립해 특수채권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충당금을 100% 적립했으나 아직 상각 처리는 하지 못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스리텍스의 세부 부채 내역을 보면 단기 부채가 1억3142만 달러(약 1800억원), 장기 부채가 14억7000만 달러(약 2조300억원)에 이른다. 총 자산은 6억5351만 달러(약 9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주로 중국산 섬유 제품 수입 증가에서 비롯됐다. 최근 중국은 서방과의 무역 전쟁으로 반덤핑 수입 관세나 비관세 장벽이 없는 인도네시아로 제품을 수출해 현지 섬유 산업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 위기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누산타라 노동조합연맹(KSPN)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36개 섬유 공장이 가동을 멈췄고, 31개 공장은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으며 올해도 5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스리텍스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8% 감소한 3억2500만 달러(약 4500억원)에 그쳤고, 지난 1~5월에는 전체 인력의 23%인 3000명을 해고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