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LG전자 파트너사'인 미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블루치타 아날로그 디자인(Blue Cheetah Analog Design, 이하 블루치타)'을 새로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로 확보했다. 4나노미터(nm) 공정 기술 검증을 완료하며 대규모 수주 발판을 마련했다.
23일 블루치타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자사 칩렛 기술 '블루링크스(BlueLynx) 다이-투-다이(D2D) 상호 연결' IP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SF4X)에서 테이프아웃(설계를 완료해 생산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성공했다. 블루치타의 IP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을 통해 칩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블루치타는 작년 고객에 블루링크스 D2D IP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 2분기 초까지 제조된 칩이 설계가 의도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고 성능, 전력 소비, 신뢰성 등 다양한 물리적 특성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실제 환경에서 검증을 거쳐 상용화 준비를 완료하는 것이다. 이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으면 고객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블루 치타 I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주문할 수 있게 된다.
블루링크스 D2D IP를 활용하는 구체적인 고객사명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최근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LG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최종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LG전자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에 블루링크스 D2D IP를 적용하기로 확정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새로운 파트너십이 '또' 구축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블루치타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블루링크스 D2D IP에 대한 기술 검증(PoC)를 진행했다. 블루링크스 D2D IP가 적용된 LG전자의 반도체는 향후 출시될 AI 기반 가전제품 등에 장착될 전망이다. <본보 2024년 9월 4일 참고 [단독] LG전자, 美 반도체 IP 기업과 AI칩 기술 개발 맞손>
LG전자가 블루치타와 손을 잡은 것은 칩렛 기술을 도입해 반도체 개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칩렛 기술을 적용하면 사업부가 칩 스펙 변경 등을 요청했을 때 전체 칩 재설계가 아닌 필요 다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개발이 가능하다. 칩 설계를 수정하면서도 신제품 출시 일정에 맞춰 적기에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블루링크스 D2D IP는 블루치타의 대표 칩렛 기술이다. 사용자 정의 가능한 물리계층(PHY)과 링크 계층 칩렛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CP) △BoW(Bunch of Wires)의 표준을 지원한다. 삼성전자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블루링크스 D2D IP 기반 칩은 데이터 처리 속도가 초당 100테라비트(Tb)에 달하고, 표준 2D와 어드밴스드 2.5D 패키징을 지원한다는 게 블루치타의 설명이다.
2018년 설립된 블루치타는 칩렛 솔루션 제공업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4·5·6·7·12·16나노미터(nm)급 최첨단 IP를 맞춤형 솔루션으로 공급한다. 고객이 고성능 컴퓨팅(HPC), AI, 모바일 등 여러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업계 최고의 전력과 성능을 갖춘 칩을 생산하도록 돕는다.
칩렛은 여러 개의 다이들을 연결해 하나의 반도체로 만드는 패키징 방식이다. 초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반도체 업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칩렛 구조 적용시 최신 미세 공정을 적용하지 않고 칩렛을 여러 개 붙이는 방식으로 코어 수를 늘릴 수 있다.
류효겸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 플랫폼(Foundry Design Platform)개발실 담당임원(상무)은 "삼성전자는 생성형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칩에 최적화된 강력한 고급 파운드리 프로세스 기술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며 "블루치타의 블루링크스 D2D 기술은 실리콘 검증 IP를 사용해 출시 시간을 단축, 고객이 칩렛 기반 설계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엘라드 알론 블루치타 최고경영자(CEO)는 "다이-투-다이 상호 연결 기술은 모든 칩렛 설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며 "삼성의 고급 로직 프로세스 노드에서 맞춤형 최첨단 칩렛 상호 연결 솔루션을 제공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