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실리콘카바이드(SiC) 시장이 전기차 부진과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수요 확대라는 상반된 흐름 속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6인치 기판이 전기차 둔화와 증설 과잉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 AI 서버·데이터센터용 고사양 SiC 수요가 늘면서 전체 시장은 다시 성장세를 회복하는 모습이다.
27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벌크 SiC 소재 가격이 최근 톤(t)당 6271위안으로 전주 대비 0.21%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과 환경 점검 등의 영향이 있지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가 시장을 다시 자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벌크 SiC 등과 달리 전력반도체용 6인치 SiC 웨이퍼 기판은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장당 40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일부 업체는 원가 수준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6인치는 전기차 중심 보급형 시장에 속해 생산 효율이 높고 기존 전력반도체 설계와 호환이 용이하지만, 최근 수요 둔화와 증설 과잉으로 가격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SiC는 전통적으로 전력반도체용 소재로 사용됐지만, 최근 AI·데이터센터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루빈(Rubin) 플랫폼에서 기존 실리콘 기반 인터포저를 SiC 인터포저로 전환할 계획이며, TSMC는 12인치 단결정 SiC를 HPC용 고성능 열 캐리어로 평가하며 공급업체들과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아키텍처가 800V 고전압직류(HVDC)로 전환되는 것 또한 SiC 전력소자의 전력 효율과 열 관리 수요증가를 뒷받침한다.
고급 광학용 소재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SiC는 굴절률이 2.6~2.7로 기존 광학용 유리보다 높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기기의 렌즈와 광학 모듈에 활용될 경우 더 얇고 가벼운 설계가 가능하다. 특히 시야각을 70도 이상으로 넓히는 차세대 헤드셋 설계에 유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