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은 가격이 1년 새 130% 넘게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삼성이 은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전고체배터리 연구 이력과 최근 계열사의 은 확보 행보가 함께 언급되며 삼성의 기술·자원 전략이 은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은 선물 가격은 지난 19일 종가 기준 트로이온스당 67.489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 시가총액은 약 3조7930억달러로 집계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은 가격 급등의 원인을 둘러싼 논의가 확산되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은을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산업과 기업을 중심으로 배경을 좁혀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전고체배터리 연구를 통해 은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 삼성전자와 실물 은 조달에 나선 삼성물산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연구원(SAIT)과 삼성전자 일본연구소는 지난 2020년 고체 전해질 기반 전고체배터리에서 은-탄소(Ag-C) 나노입자 복합층을 음극에 적용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은-탄소 복합층을 통해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연구진은 이 기술을 통해 1회 충전에 800km 주행·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삼성전자 연구 조직이 수행한 그룹 차원의 전고체배터리 선행 연구이지만,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는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SDI가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삼성SDI가 공개해온 전고체배터리 개발 로드맵과 최근 공식 자료에서 은-탄소 기반 기술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삼성물산은 지난 10월 캐나다 광산업체 '실버 스톰 마이닝’과 약 7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2년간 실버 스톰 마이닝의 멕시코 라파리야 광산에서 생산되는 은·납·아연 정광 전량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삼성물산은 원자재 트레이딩과 공급 안정 차원의 거래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은 가격 급등 국면에서 배터리용 은 수요를 염두에 둔 선제적 물량 확보를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은 가격 급등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서버, 전기차, 태양광 등 전력·전자 집약 산업 확산에 따른 산업용 수요 증가를 꼽고 있다. 여기에 은 ETF로의 자금 유입과 미국의 핵심 광물 지정, 관세 및 무역 제한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