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 공룡'과의 40억 달러(약 5조8080억원) 규모 반도체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며 법적 부담을 털어냈다. 장기간 이어진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반도체 핵심 제조 공정과 지식재산권 관리의 안정성을 확보, 향후 유사 소송에서도 법적·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데마레이(Demaray LLC)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서부지방법원에 합의서(Stipulation of Dismissal with Prejudice)를 제출하고, 사건과 관련한 남은 쟁점을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조건에 따라 소송 비용과 변호사 수임료는 양측이 각각 부담하며, 동일 사안을 두고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양측의 법적 분쟁은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데마레이는 삼성전자가 자사가 특허를 보유한 기술을 무단 사용해 반도체를 제조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40억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문제로 지목된 기술이 데마레이의 특허 출원 이전부터 이미 개발·사용돼 온 기술이라는 점을 들어 침해 주장을 반박해 왔다.
논란이 된 특허는 '원자층 및 분자층 박막 형성용 웨이퍼 처리 장치 및 방법(특허번호 7,544,276)'과 '반도체 기판 위 박막 형성 방법(특허번호 7,381,657)'이다. 두 특허는 웨이퍼 위에 원자 또는 분자 단위로 물질을 증착해 전기적 특성을 구현하는 증착 공정 기술과 관련돼 있으며, 반도체 제조 공정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적 공방이 이어진 끝에 사건은 배심원단 판단으로 넘어갔다. 텍사스 와코(Waco)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2024년 2월 삼성전자가 해당 특허 2건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특허의 유효성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침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삼성전자는 1심에서 사실상 승소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본보 2024년 2월 19일 참고 美 텍사스 배심원단 '40억 달러 칩 특허 소송' 삼성전자 손 들어줬다>
배심원 평결 후 통상적인 항소 절차 대신 데마레이 측이 판결 결과를 근거로 먼저 합의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심원 판결로 삼성전자가 1심에서 실질적 승리를 거둔 상태를 인정한 결과로 평가된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정과 직결된 특허를 둘러싼 대규모 분쟁에서 침해 책임이 부정되면서 삼성전자가 향후 유사한 특허 소송에서 방어 논리를 강화할 수 있는 선례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제기한 고액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심원 평결을 통해 '정면 돌파'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데마레이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보유 특허를 기반으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NPE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6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텔과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도 유사한 특허 소송을 벌여온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