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일본이 탈탄소 전환과 전력 수급 불안에 대응해 계통 연계형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장기 탈탄소 전원 입찰제도 개편과 공급망 요건 강화가 맞물리면서 일본 ESS 시장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전망인 만큼, 현지 진출 전략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들에도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ESS 등 정치용 배터리 시장 규모를 2019년 1조엔에서 2030년 7조엔, 2050년 47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발전량 기준으로도 2019년 30GWh에서 2030년 370GWh, 2050년 3400GWh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시장 확대 전망은 일본의 전력 수급 불안과 탈탄소 정책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은 도쿄 수도권의 전력 예비율이 최대 0.9%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최소 기준 3%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각각 60~7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발전 조건과 기상 상황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어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계통 ESS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3년부터 ‘장기 탈탄소 전원 입찰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제3차 입찰부터는 제조국별 상한제와 사이버 보안 등급 의무화가 도입될 예정이다.
일본 ESS 시장이 본격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작년 일본 ESS 시장에서 총 612억원 규모의 누적 수주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미야기현 와타리 지역에 단일 사업 기준 역대 최대인 360억원 규모의 계통 연계 ESS를 구축하기로 했다. 같은해 11월에는 ESS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 19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계통 연계형 ESS 사업은 단순 설비 납품을 넘어 장기간 전력을 생산·매매하는 발전 사업의 성격을 지닌다. 이에 따라 국내 제조 후 수출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법인 설립과 운영 역량 확보를 병행하는 전략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코트라(KOTRA) 오사카무역관 관계자는 "일본의 전력 계통 연계형 ESS 사업은 단순히 전력 시스템과 기기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수십 년간 전기를 생산하고 매매해야 하는 발전 사업의 성격을 띤다"며 "제3차 입찰부터 도입되는 제조국별 상한제와 사이버 보안 등급 의무화는 배터리 셀과 EMS, BMS 등을 공급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가치사슬 편입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