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미국 저비용항공사(LCC)가 전쟁발 항공유 급등에 직격탄을 맞으며 정부 지원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 LCC는 운항을 줄이는 등 글로벌 항공업계 전반으로 충격이 번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피릿항공 구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원이나 인수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자리를 지키고 항공사를 살리고 싶다. 항공사가 많아야 경쟁이 유지된다”며 “유가가 내려가면 항공사를 되팔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주요 채권단은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채권단을 대리하는 마이크 스테이머 변호사는 “정부 조건서를 실제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정부가 약 5억 달러(약 7400억 원)를 대출하고 최대 90%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정부는 기존 투자자보다 우선권을 갖고 이사회 구성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스피릿항공은 당초 올해 중반 파산 절차 종료를 목표로 했지만,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스피릿항공은 지난 2월 약 2830만 달러(약 4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코로나19 이후 비용 구조 악화와 프리미엄·국제선 중심으로의 수요 변화까지 겹치며 경영난이 심화됐다. 월간 운항은 지난해 5월 1만9575편에서 올해 5월 9353편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번 위기에는 정책 변수도 작용했다. 제트블루 인수 무산이 재무 악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합병을 막지 않았다면 재무 상태는 훨씬 견조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항공 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내 수익 구조 격차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프리미엄 좌석과 국제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반면, 스피릿항공 등 LCC들은 비용 상승을 흡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이번 정부 지원은 어려움에 처한 항공사들이 의존하는 최후의 지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LCC들은 최근 교통부와 만나 항공유 가격 급등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역시 구제에 힘을 싣고 있다. 미 항공승무원노조(AFA-CWA)는 “청산은 노동자와 승객, 경제 전반에 피해를 줄 뿐”이라며 “적절한 지원으로 대규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피릿항공 법률대리인 마셜 휴브너 역시 “이번 대출이 독립적으로 경쟁 가능한 상태를 만들 것”이라며 인수·합병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조적 위기가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프론티어항공과의 합병 시도가 무산되는 등 매각 협상은 반복적으로 실패해왔다. 미국 리서치 전문기관 멜리우스리서치는 “지원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의문”이라며 “5억 달러로는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도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다. 에어프랑스-KLM 계열 저비용항공사 트랑사비아는 항공유 급등 영향으로 5~6월 항공편의 약 2%를 취소했으며,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이달 약 1000편, KLM은 다음 달 유럽 노선 160편을 줄이기로 했다. 독일 루프트한자 역시 연료 절감을 위해 오는 10월까지 단거리 노선 약 2만편 운항을 축소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