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관광지 된' LG사이언스파크…HVAC로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2025.07.08 17:24:13

'LG사이언스파크' 적용된 HVAC 솔루션 첫 공개
이재정 부사장 "엔비디아 CDU 인증 추진…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 20조원 목표"

 

[더구루=오소영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선이 LG그룹의 연구·개발(R&D) 융합단지 'LG사이언스파크'에 쏠리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기술이 집약된 곳이다. HVAC 솔루션을 직접 체험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LG전자와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을 잡아 2030년까지 HVAC 사업에서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엔비디아·MS 등 빅테크와 협력…수주 확대


8일 기자가 찾은 LG사이언스파크 W5동 지하 3층 메인 기계실에는 칠러 8대가 '윙윙'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이곳에 설치된 제품은 고성능 터보 압축기를 사용해 냉수를 만드는 터보 칠러와 화학 반응을 활용해 냉수를 생산하는 흡수식 칠러 각 3대, 심야 전기로 물을 얼리고 다음 날 이를 냉열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크류 칠러 2대다. 칠러 8대로 생성한 차가운 물은 건물 내부를 순환하며 시원한 공기를 만든다.


칠러를 포함해 HVAC 제품의 가동 현황은 W4동의 통합 관제실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마치 하나의 거대 공항 관제탑을 연상케 하는 관제실에는 AI 스마트 빌딩 솔루션인 'LG 비콘클라우드(LG BECON Cloud)' 플랫폼을 통해 HVAC 제품을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 건물별 온도와 전력 사용량을 분석하고 갑작스레 에너지 사용량이 늘면 알람도 울린다. 에너지 절감량은 화폐로 환산해 표현되는데, 이날 확인된 절감액은 약 8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LG전자만의 차별화된 HVAC 기술과 AI를 활용해 LG사이언스파크는 매년 수십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다. '전력 확보'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빅테크 기업들이 LG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재정 LG전자 ES(에코솔루션) 사업본부장(부사장)은 냉각수분배장치(CDU) 공급과 관련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들어가기 위한 품질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CDU는 열이 발생하는 서버나 고성능 칩을 액체로 직접 냉각하기 위한 장치다. LG전자는 연내 인증을 받아 엔비디아에 공급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칩을 만드는 업체, 서버를 만드는 업체들을 공략하고자 MS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들과도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업계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2023년 17조원에서 오는 2028년 3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LG전자는 HVAC 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AI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수주를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리고, 칠러 시장에서도 2년 내 매출 1조 원을 거둔다는 포부다. 칠러와 CDU 등을 토대로 HVAC 사업에서 2030년까지 2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지완결형 체제, '추격자' 中 따돌릴 해법

 

글로벌 HVAC 시장을 잡기 위한 LG의 전략은 '현지완결형 체제'다. LG전자 ES본부는 한국과 중국 등 12개 글로벌 생산 거점을 두며 HVAC 아카데미 70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인도 스리시티에 가전공장도 착공했다. 이 부사장은 "인도 제3 공장을 건설하면 11번째, 13번째 공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에어컨을 추가로 150만 대, 컴프레서는 200만 대를 더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수도 단행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유럽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OSO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LG전자의 HVAC 기술과 유럽에서 인정받은 OSO의 온수 솔루션을 결합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지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 부사장은 "단순한 회사 인수가 아니라 유럽 히트펌프 사업에서 시너지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며 "'OSO'라는 브랜드가 100년이 넘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만큼 (브랜드는) 계속 쓸 계획이다"라고 부연했다.

 

LG전자는 이날 중국 HVAC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대응할 차별화 전략도 공유했다. 배정현 SAC 사업부장(전무)은 "앞으론 각 건물이 요구하는 솔루션을 설계할 엔지니어링 역량이 중요한데, 아직 중국은 이 부분에서 약하다"며 "LG전자는 글로벌 12개 생산기지와 자회사를 통한 유지보수 시스템 등을 갖고 있으며, 이를 앞세워 (중국과) 격차를 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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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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