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유럽연합(EU) 최고 사법기관인 EU 사법재판소가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 에너지와 천연가스가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유럽 주요 국가의 원전·천연가스 산업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6일 유럽 사법 당국에 따르면, EU 사법재판소 일반법원은 최근 유럽집행위원회가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 에너지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것과 관련해 오스트리아가 제기한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일반법원은 “원자력 에너지와 천연가스를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유럽집행위원회의 조치는 EU 입법부가 적법하게 부여한 권한을 넘어서지 않았다”며 “유럽집행위원회는 원자력 에너지와 천연가스에 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럽집행위원회는 원전의 사고 가능성과 방사성 폐기물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했다”며 “오스트리아가 제기한 원전의 부정적 영향은 지나치게 추측성이 많아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반법원은 “원자력과 화석 가스 부문의 경제 활동이 특정 조건 하에서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지난 2020년 6월 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지정해왔다. 특정 사업이 친환경 사업인지 아니면 사용되는 에너지원이 친환경적인지 등을 판단하는 차원에서다.
원자력 에너지와 천연가스는 지난 2022년 2월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됐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단기 에너지 수급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오스트리아가 이 같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EU 사법재판소의 이번 판결로 유럽의 원전·천연가스 산업 확대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 벨기에, 스웨덴 등 탈원전 정책을 고수해 온 국가들이 신규 원전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은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