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등 'K-에너지 대표단'이 영국의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선도 기업 ITM 파워(ITM Power) 본사에 집결했다. 주한영국대사관 주관 한영 청정수소 워킹그룹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방문은, 원전과 수전해를 결합한 '핑크수소' 상용화를 위한 한·영 기술 협력 본격화 첫 발이 될 전망이다.
22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측 공식 사절단이 ITM 파워의 핵심 생산 시설을 방문했다. 대표단으로 △한국수력원자력(KHNP)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비롯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등 국내 수소와 원자력 분야를 대표하는 핵심 기관 및 기업들이 동행했다.
제임스 콜린스(James Collins) ITM 파워 대외협력 총괄은 링크드인을 통해 "한국 대표단에게 ITM 파워의 첨단 시설을 소개하고,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한 업데이트된 수소 계획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한국 내 사업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야심 찬 계획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등이 추진 중인 핑크수소 및 청정수소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운영 및 수소 사업을 총괄하는 한수원과 원전 주기기 제조 역량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그리고 수소 플랜트 건설 기술을 가진 삼성물산이 원자력 전문 연구기관들과 함께 ITM 파워를 찾은 것은 원전 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핑크수소 프로젝트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핑크수소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무탄소 전력과 열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는 청정수소를 말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그린수소와 달리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24시간 일정하게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안정성이 최대 강점이다. 특히 원전의 고온 증기를 활용할 경우 수전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 탄소 배출이 없으면서도 경제성이 뛰어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ITM 파워는 세계 최대 규모의 PEM 수전해 기가팩토리인 베세머 파크(Bessemer Park)를 운영하며 글로벌 수전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고효율 수전해 모듈은 대규모 수소 생산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결정짓는 핵심 장비로, 향후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는 청정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무탄소 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청정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 활용 확대를 정책 기조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주한영국대사관 주관 프로그램을 계기로 국내 에너지 대표단은 ITM 파워와의 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원전 기반 청정수소를 포함한 수소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