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현준 기자]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현대자동차·기아 등 글로벌 완성차의 철수 이후 중국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브랜드 자동차 업체가 현지 시장에서 신차 판매 시장 점유율 3분의2 가까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현대차가 현지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에서 철수하자, 중국 브랜드들이 그 공백을 빠르게 파고들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게 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등록 대수는 132만6016대로 전년 대비 15.6% 감소했다. 눈 여겨볼 점은 하발(Haval)·체리(Chery)·지리(Geely) 등을 중심으로 중국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약 60%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해외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 인포스(AUTO INFOS)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중국 자동차 그룹이 그 공백을 빠르게 메웠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공급망 차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순차적으로 러시아를 떠났다. 르노·토요타·닛산·포드는 그해 철수했고, 폭스바겐·미쓰비시·스텔란티스·현대차도 이듬해인 2023년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뺐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나 현지 기업이 기존 공장을 인수했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를 임대해 현지 조립 거점으로 활용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폭스바겐· 포드·닛산·르노·스코다 등 주요 완성차들이 공장을 포함한 자산을 매각하며 떠난 것이 중국 브랜드에 기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현재 러시아 자동차 제조사 아브토바즈 산하 라다가 여전히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판매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6개를 중국 업체가 차지하며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풀이된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아프토스타트(Avtostat)가 집계한 지난해 신형 승용차 판매 순위에서도 중국 업체 약진이 뚜렷하다. 현지 완성차 기업 아브토바즈(AvtoVAZ) 산하 브랜드 라다(Lada)가 32만9890대를 판매해 1위를 유지했다. 점유율은 24.9%다.
2~5위는 중국 또는 중국 합작 브랜드가 차지했다. 중국 장성자동차 산하 브랜드 하발은 17만3302대로 2위에 올랐고, 체리차와 지리차는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벨라루스-중국 합작사 벨지(Belgee)는 지리 기반 모델로 6만8064대를 판매해 5위에 올랐다.
모델별로도 중국차의 존재감이 뚜렷했다. 라다 그란타 패밀리가 14만6990대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라다 베스타(7만9796대)가 뒤를 이었다. 하발 졸리온 크로스오버는 6만5757대가 판매,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외국차에 올랐다.
한편, 러시아 통신사 가제타(Gazeta.Ru)에 따르면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HMMR)에 대한 재매입(바이백) 옵션 행사를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백 기한은 이달 31일까지다. 이에 따라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슈샤리 지역의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은 러시아 AGR 오토모티브 소유로 남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