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발광다이오드(LED) 핵심 기술과 관련한 특허 침해 소송에 휘말렸다. 중국 법원이 사건을 정식 접수하고 재판 일정을 확정하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내 TV 사업과 지식재산권(IP) 전략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확보한 특허를 앞세워 글로벌 IT 기업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IP 무기화' 경향이 나타나며 현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다.
28일 업계와 중국 난징시 중급인민법원 등에 따르면 중국 쑤저우 소재 리진반도체(立琻半导体, Suzhou LEKIN Semiconductor Co., Ltd.)는 삼성(중국)투자유한공사(삼성전자 중국 총괄 법인)와 징둥 5성전기그룹을 상대로 두 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해당 사건을 정식 수리했다. 오는 3월 초 첫 심리를 열 예정이다.
리진은 지난 2021년 설립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한국의 한 대기업이 가지고 있던 광전 화합물 반도체 사업부 자산과 4000건 이상의 글로벌 특허를 인수하며 단숨에 특허 보유량을 늘렸다. 이듬해에는 이 기업이 매각 조건 중 하나였던 지분까지 확보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후 단계적 매각을 거쳐 지난해 지분 관계는 완전히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개발한 원천 기술이 사업 효율화 과정에서 중국 기업의 손에 전량 넘어갔고, 이것이 역설적으로 국내 기업을 저격하는 법적 공세의 핵심 근거가 된 셈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디스플레이의 핵심인 LED 칩 구조 및 패키징 기술이다. 리진반도체는 삼성전자의 LED TV가 자사의 전극 구조 및 보호 패키징 관련 핵심 특허를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 대상에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모델인 QNX8F와 주력 보급형 모델인 DU8000 등 현지 매출 비중이 높은 다수의 TV 시리즈가 포함됐다.
전자 기술 전문 매체 EE Times China 등에 따르면 원고 측은 침해 행위 중단과 함께 관련 제품의 재고 폐기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향후 실제 판매 규모와 수익 확인 결과에 따라 배상 청구액을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현재 본안 소송 단계로 당장의 판매 중단 조치는 없으나, 법원이 침해를 인정할 경우 상당액의 배상 책임과 함께 해당 주력 모델의 현지 판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례는 중국 기업들이 기술 추격을 넘어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적인 기술 장벽을 구축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완성품 설계가 아닌 기초 반도체 공정 기술을 쟁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산업 경쟁의 초점이 '원천 기술 확보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BOE와 3년여간 이어온 OLED 기술 분쟁을 지난해 말 최종 합의로 종결지은 바 있다. 당시 삼성 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BOE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받아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BOE로부터 특허 로열티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합의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