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몇 년간 상호관세에 맞춰 모든 시스템을 바꾼 기업들이 "이번 판결로 다시 모든 것을 뒤집어야 하는 불확실성의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WSJ는 21일(현지시간) ‘관세 판결, CEO들을 다시 비상 상황실(워룸)로 돌려보내다(Tariff Ruling Sends CEOs Back to Company War Rooms)’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기업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WSJ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지 몇 분 만에 미국 모든 기업의 경영진 회의실이 전술 본부로 탈바꿈 했다”면서 “행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선언한 이번 판결은 예상했던 안도의 한숨 대신, 법적·재무적 파장을 평가하기 위한 필사적인 움직임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CEO들은 이른바 '기업 워룸'이라 불리는 곳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면서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무효가 된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조정해온 공급망의 실타래를 푸는 것과, 이미 납부한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판결은 소비자 접점 산업에 '가격의 역설'을 만들어냈다”면서 “관세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던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인지, 아니면 행정부가 무역 장벽을 다시 세울 새로운 법적 수단을 찾아낼 것이라는 공포 속에 가격을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백악관은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즉각 반발해 다른 법적 권한을 통해 상호관세를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CEO들에게 '관세 2.0'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당분간 워룸의 문이 닫히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연방 대법원은 지난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보수 우위 연방 대법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지적하며 상호관세 등을 무효라고 판단한 1·2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세금을 부과하는 권한은 명백히 의회에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수단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며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들어 전 세계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글로벌 관세율을 15%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행정명령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