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포스코홀딩스가 미국 유타주 리튬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승인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 타이틀을 걸고 북미 현지 직접 리튬 추출(DLE) 실증에 나섰던 포스코는 기술적 검증을 모두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정책과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전례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자 사실상 '전략적 관망' 체제에 돌입하며 투자 시점을 재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앤슨 리소시스(Anson Resources) 공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미국 유타주 '그린 리버(Green River) DLE 실증 플랜트'에 대한 내부 투자 승인 결정을 재조정했다. 당초 올해 1분기 내 투자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었다. 지난해 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일정 조정이다. 지난해 6월 앤슨 리소시스와 DLE 기술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북미 리튬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냈던 사업이 약 1년 만에 본격적인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결정은 프로젝트 자체의 결함이 아닌, 미국·이란 전쟁 등 대외 경영환경의 급격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미 해당 실증 플랜트를 위한 염수(Brine) 테스트와 부지 설계를 포함한 기술 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기술적 준비는 끝났지만, 전쟁 장기화 우려로 인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물류망 혼란 △자금 조달 여건 악화 등이 투자 결정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2022년 고점 대비 70% 이상 폭락한 리튬 가격과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가 겹치며 수익성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연기는 지난해 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이차전지소재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며 천명했던 '공격적 투자' 기조가 전례 없는 대외 악재와 시장 냉각기로 인해 '자본 지출(CAPEX) 효율화' 위주로 급선회했음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염호 등 저비용 자산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운영 비용이 높은 신규 프로젝트는 시장 반등 시점까지 속도를 조절하는 '순차적 투자'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 리버 실증 플랜트는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DLE 기술을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북미 현장에서 검증하는 핵심 전초기지다. 이 실증 데이터는 향후 조 단위 상업 플랜트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다는 점에서 포스코에겐 포기할 수 없는 전략 자산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서도 북미 현지 리튬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은 '사업 철수'보다는 시장 상황을 살피는 '전략적 일시정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 고위 경영진은 지난달 직접 그린 리버 현장을 방문해 파트너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엔지니어링 협업과 전략적 논의도 지속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현재 아르헨티나와 한국 등에서 연간 총 9만 3000톤 규모의 리튬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차질 없이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