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외 주요 반도체 생산 거점에서 사용하던 유휴 반도체 장비를 동시에 시장에 내놨다. 한국과 중국 공장의 공정 전환과 장비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설비를 외부로 처분, 선단 공장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자산 효율을 높이는 데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국내 생산라인과 중국 시안 공장의 유휴 반도체 장비 총 123대 매각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이다. 국내 건은 삼성물산이, 시안 건은 삼성물산 중국법인이 각각 입찰을 주관한다.
국내에서는 총 37대 규모 장비가 매각 대상이다. 이미 생산라인에서 제거돼 창고에 보관 중인 설비뿐 아니라 현재 라인에 설치돼 있지만 연내 반출이 예정된 장비까지 함께 매각에 포함됐다. 후자의 경우 일정 기간까지 운용된 뒤 철거가 예정된 장비를 미리 시장에 내놓고 매수자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각 장비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 공정에 쓰이던 설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금속막 형성, 증착, 식각, 열처리, 세정, 검사 등 주요 공정 장비가 해당된다. 특정 공정 일부가 아니라 생산라인 전반에서 활용되던 범용 장비들이 묶여 나온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부 장비는 8인치 공정에서 사용되던 설비로 확인된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이번 매각 물량은 첨단 공정보다는 90~65나노미터(nm) 수준의 성숙 공정에서 운용되던 장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안 공장이 판매하는 장비는 총 86대다. 웨이퍼 검사와 테스트, 확산, 식각, 박막 형성, 포토 공정, 패키징 등 낸드 생산 전반에 쓰이던 장비가 함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안 공장의 장비 매각은 첨단 공정 전환과 맞물린다. 시안 공장은 최근 기존 128단 6세대(V6) 낸드 생산을 종료하고 236단 8세대(V8) 양산 체제로 전환,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연내 286단 9세대(V9) 공정 가동도 준비 중이다. 적층 단수가 크게 올라가면서 공정 구조가 바뀌고 기존 장비의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이전 세대 장비가 유휴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규모 매각은 사용 연한이 지난 장비 교체와 일부 성숙 공정 설비 정리가 함께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반도체 장비는 감가상각 이후에도 일정 기간 추가로 운용되다가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최신 장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운영하면서 기존 장비를 외부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설비를 순환시켜왔다.
삼성전자는 매각 과정에서 거래 대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규제 대상 기업으로 장비가 이전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내부적으로 재활용 가능 여부를 우선 검토한 뒤 외부 매각을 진행한다. 입찰 단계에서도 적격 판정 심사를 거쳐 특정 기업이나 판매가 제한된 대상에는 참여 자체를 제한한다.
국내는 이달 참가 신청과 검수를 거쳐 5월 입찰서 제출 이후 계약과 반출로 이어진다. 시안은 이달 현장 검수와 입찰을 거쳐 낙찰 및 반출 절차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