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 해운업계, 물동량 감소 불가피...'전화위복' 삼아야

2024.11.15 06:09:19

한국해양진흥공사 분석…해운 수요 약 10% 하락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으로 유가 하락…친환경 기술 개발 지연
새 교역 노선 활성화·중국발 원자재 수요 등 기회

 

[더구루=오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며 해운업계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고율 관세로 물동량이 줄고 운임은 하방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화석연료로 회귀하면서 친환경 기술 적용도 늦어질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새 기회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경태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정보1팀 과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해운시황 현황과 전망'에서 "2026년 관세 인상으로 교역이 위축되며 해운 수요가 약 10%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기간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모든 수입품에 2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었다. 미국산 제품의 높은 관세를 매기는 국가의 제품에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도 시행할 예정이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물동량은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 과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안전 재고 수요가 커졌고 화주들도 미리 물건을 운반하려 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임기 기간과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기 전 해운 수요는 최대 15% 증가하고 2026년 반대급부로 위축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해운 수요의 하락은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에도 악재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과거 수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었다. 2009년 집계 이래 2010년 7월 2일 1583.18포인트를 기록한 후 다시 꺾여 1000포인트대 안팎에서 움직였다. 큰 폭의 변화가 없던 SCFI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달라진다. 물동량이 급격히 늘며 SCFI는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수요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엔데믹 시대를 맞으며 다시 1000포인트대로 하락했으나 홍해 사태로 반등 곡선을 그려 지난 8일 기준 2331.58포인트를 기록했다. 

 

SCFI가 수요를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교역량 감소는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SCFI는 둔화 국면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SCFI의 변동 폭이 커지며 해운업계에는 '상승-둔화-침체-회복'의 사이클이 생겼는데, 8월 상승기를 지나 둔화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시대가 열리면서 해운업계에 미칠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반등도 이전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과장은 "지난 20년간의 SCFI 평균과 현재의 평균은 다르므로 최저점이 예전보다 높을 수 있다"며 "또한 과거에는 빨리 하락한 후 오랜 기간 그대로였으나 이제 저점을 빨리 탈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석연료를 확대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도 해운업계의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원유 생산량을 2017년 1000만 배럴에서 2020년 1300만 배럴로 늘리며 유가 하락을 불러왔었다. 2기 때도 다르지 않을 확률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원유 생산량을 늘려 또 유가가 떨어지면 선사는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친환경 기술 도입이 지연되면서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에 대비하는 게 어려워진다. 

 

김 과장은 "불확실성이 곧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전략 강구를 주문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제 재임이 없다"며 "아메리카 퍼스트를 추구하면서도 세계에 족적을 남기는 대통령이 되려고 할 것이므로 (업계도)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의 고율 관세 정책을 우회하려는 시도들이 발생하며 교역 루트는 다변화될 전망이다. 김 과장은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으로 공급망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아세안(ASEAN)과 유럽으로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해운사들에 새 물류 전략과 기회 창출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도 해운업계가 주목할 요인이다. 중국은 지방 정부의 부채 부담을 해소하고자 10조 위안(약 190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BYD와 화웨이 등 제조업 육성에 집중하고 대규모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며 중국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과장은 "이는 해운 물동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선사들은 물동량 증가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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