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SDI가 말레이시아 배터리 공장 부지 확대에 나선다. '전기차 보릿고개'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투자를 지속하며 미래 시장 회복에 대비한다.
27일 말레이시아 법무법인 '아즈미&어소시에이츠(Azmi&Associates)'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NS세미컨덕터밸리(NSSV)로부터 스름반에 위치한 부지를 매입했다. 거래가는 1억8500만 링깃(약 607억원)이다.
정확한 부지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SDI가 매입한 토지 활용 방안도 미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1991년 설립된 스름반 공장은 삼성SDI 최초의 해외 법인이다. 가동 초기 브라운관 TV를 제조하다 2012년부터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1공장을 가동 중이며 2공장도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스름반 배터리 2공장을 짓는다. 2022년 착공했으며 내년 완공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향후 수요 성장이 예상되는 프라이맥스(PRiMX) 21700 (지름 21㎜×높이 70㎜) 원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전동공구를 비롯해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용될 예정이다.
스름반 공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낙점한 곳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출장에서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라며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말자,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말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캐즘 완화 시기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내년 말께 수요가 반등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배터리 제조사들의 '혹독한 겨울'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불황으로 인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삼성SDI는 투자 지속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유럽 내 추가 생산 거점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올 3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추가 생산거점 확보에 대해 다른 완성차 업체(OEM)와의 조인트벤처(JV) 및 단독공장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중"이라며 "ESS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