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소재 회사로부터 대규모 하이니켈·미드니켈 양극재를 조달한다. 중국산 배터리를 견제할 비밀병기인 미드니켈 배터리의 연내 양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 보급형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11일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당셩과기(이스프링머티리얼테크놀로지·중국명 当升材料)는 전날 LG에너지솔루션에 오는 2027년까지 3년 동안 하이니켈·미드니켈 양극재 11만 톤(t)을 납품하는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현재 시장 가격 기준 140억 위안(약 2조8130억원)이다.
실제 구매 주문은 후속 계약 이행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당셩과기는 각각 최소 구매량과 최대 공급량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급 부족 우려를, 당셩과기는 계약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셩과기로부터 수급한 양극재를 활용해 하이니켈·미드니켈 배터리를 생산한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고출력·고성능이 요구되는 프리미엄, 미드니켈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시장을 겨냥한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최대 90%에 달하는 제품이다. 1회 충전으로 최대 6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미드니켈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50~70%로 값비싼 니켈 비율을 낮추는 대신 코발트와 망간 비중을 늘려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모두 갖춘 제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산 배터리의 대항마로 미드니켈 배터리를 낙점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고전압 미드니켈 등을 활용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드니켈 배터리를 양산한다. 최근 성료한 '인터배터리 2025'의 전시 부스에서도 미드니켈 배터리를 전면에 배치했다. 전압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미드니켈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떨어지는 것을 최소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비 50% 가량 높은 에너지밀도를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한편 당셩과기는 최근 잇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손을 잡으며 소재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달 초 SK온과도 하이니켈·미드니켈 양극재 공급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오는 2027년까지 1만7000t의 양극재를 공급하고, 추가 협상을 통해 2028년까지 11만t을 추가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본보 2025년 3월 4일 참고 [단독] SK온, 中 당셩과기와 '최대 12.7만 톤' 대규모 니켈 양극재 공급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