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엔비디아가 중국 사업을 분리해 독립 사업체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를 우회해 중국 시장을 지속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향후 엔비디아의 사업 재편뿐 아니라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국 사업을 미국 본사와 분리하는 '사업 분리(Spin-Off)'를 추진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국 정책과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중국 내 입지를 유지하기 위한 '플랜 B'로 별도 법인 설립·합작법인(JV)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과거에도 규제에 대응해 제품 사양을 조정하거나 중국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작년선보인 신작인 지포스 RTX 4090의 성능을 낮추고 기존 제품명에 'D'를 붙여 중국 판매용 칩을 출시하기도 했다. <본보 2024년 7월 16일 참고 엔비디아, '中 전용' 차세대 GPU '지포스 RTX 5090' 내년 초 출시>
하지만 당국의 규제 강화로 매번 계획에 제동이 걸리자 엔비디아는 중국 내 사업을 독립시켜 미국 규제를 우회하려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AI 칩 기술의 핵심인 GPU 개발 플랫폼 '쿠다(CUDA)' 생태계를 보호하고, 하드웨어 경쟁에서 중국 기업들에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발발하는 등 갈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중국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 중 중국(홍콩 포함) 비중이 약 13%(171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중국은 엔비디아에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17일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초청으로 베이징을 찾아 런훙빈 CCPIT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 30년간 뿌리내린 기업으로서 중국과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이끌어왔다"며 "앞으로도 규제를 준수하는 제품 체계를 최적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중국 시장에 대한 서비스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화웨이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엔비디아는 단순히 규제 회피를 넘어서 중국 내 점유율을 방어하고 기술 리더십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고성능 AI 트레이닝 칩 '어센드(Ascend) 910D'의 첫 샘플을 이르면 5월 말에 받아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대표 AI 칩인 'H100'을 겨냥해 Ascend 910D를 개발 중이며, 이미 중국 기술 기업들과 협력해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어센드 910D는 기존 어센드 910의 후속 모델로, 성능을 대폭 강화해 중국 내 AI 훈련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 칩 공급이 어려워진 틈을 타, 자국 기술로 엔비디아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용 출시될 경우 중국 내에서는 엔비디아 대신 화웨이 칩을 채택하려는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