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DB하이텍이 미국 팹리스 'AI스톰(AIStorm)'이 개발한 초저전력·초소형 음성인식 센서를 수주했다. 정밀 아날로그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웨어러블·사물인터넷(IoT)용 인공지능(AI) 센서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일 AI스톰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DB하이텍과 협력해 음성 키워드 감지 센서 '스펙트로마이크(SpectroMic) KWS(이하 스펙트로마이크)'를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AI스톰이 설계하고 DB하이텍이 양산을 맡았다.

스펙트로마이크는 마이크, 음성 감지기, 신호 분석 회로를 통합한 5.5×5.5mm 크기의 칩이다. 18마이크로암페어(µA) 수준의 전력만으로 음성을 감지하고 주변 소리를 주파수 성분인 ‘스펙트럼’으로 실시간 분석해 저장한다. 사용자의 음성 명령이 감지됐을 때만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깨워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대기 중 전력 소모를 최소화한다.

이 제품은 특히 배경 소음에 자동 적응해 오작동을 줄이는 스마트 VAD(음성 활성 감지) 기능과, 알렉사·시리 등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 스피커와 연동 가능한 ‘롤링 버퍼’ 기술도 탑재했다. 롤링 버퍼 기술은 음성 데이터를 일반 오디오가 아닌 스펙트럼 정보 형태로 압축 저장해 메모리 사용량을 8분의 1, 전력 소비를 10분의 1 수준까지 줄인다는 것이 AI스톰의 설명이다.

스펙트로마이크의 핵심 기반 기술은 DB하이텍의 ‘아날로그 혼합신호 공정’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지만, 마이크나 센서처럼 연속적인 물리 정보를 다루려면 아날로그 신호를 정밀하게 디지털로 변환해야 한다. DB하이텍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특화 공정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중 하나다.

AI스톰은 스펙트로마이크가 기존 스마트스피커와 디지털 마이크의 높은 대기 전력, 음성 인식 누락, 불필요한 MCU 작동 문제 등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리모컨, 스마트워치, IoT 센서 등 배터리 기반 엣지 디바이스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으며, 1000개 단위 기준 3달러 미만으로 공급돼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데이비드 쉬 AI스톰 최고경영자(CEO)는 "펙트로마이크는 웨어러블, 리모컨, 가전 등 다양한 엣지 디바이스에 ‘항상 듣는’ 음성 제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저전력 모드에서도 배경 소음에 적응하고, 필요 시만 MCU를 깨워 처리함으로써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롭 헐퀴스트 DB하이텍 미국법인 영업 담당은 "대부분의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마이크가 고전력 디지털 오디오를 스트리밍하거나 오탐지 문제를 겪는 반면, 스펙트로마이크는 환경에 맞춰 적응하며 고품질 저전력 스펙트럼 신호를 제공한다"며 "당사의 고성능 아날로그 공정 덕분에 이런 혁신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한편 AI스톰은 2011년 설립된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설립된 엣지 AI 반도체 전문 팹리스다. 센서 내부에서 직접 AI 처리를 수행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음향·생체 신호 등 아날로그 입력을 디지털 신호로 실시간 변환·분석하는 저전력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오디오, 바이오센서, 산업용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