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이꽃들 기자] '20만㎞'. 이는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올해 글로벌 현장을 누빈 이동 거리다.
좀처럼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이 올해 글로벌 곳곳에서 포착됐다. 그는 올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주요 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며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글로벌 주요 현장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며 과거 '은둔형 후계자' 이미지를 벗고 신 회장을 보좌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야전형 경영인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라인 프로젝트(LINE·LOTTE Indonesia New Ethylene)' 준공식에 참석했다. '라인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이 약 39억 달러(한화 약 4조8770억원)'를 투자해 완공한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다.
이날 행사에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이 함께 자리했으며, 신 부사장은 대통령과 회장 사이에서 현장을 수행하며 그룹 대표단의 주요 일정을 직접 챙겼다. 현장에서는 신 부사장이 프라보워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이 포착돼, 신 부사장이 부친의 핵심 수행자로서 행사 전반을 보좌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부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를 시작으로 11개월간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전 세계 7개국을 쉴 틈 없이 오가며 약 20만㎞에 달하는 광폭 경영 행보를 펼쳤다.
3년 연속 CES을 찾은 그는 신 회장을 대신해 현정을 둘러보며 그룹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을 꼼꼼하게 챙겼다는 후문이다. CES 행사 이후 그는 곧장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단과 함께 참석해 글로벌 바이오 네트워크를 강화에 힘썼다.
2월에는 인도 푸네 롯데웰푸드 하브모어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식품사업의 글로벌 생산기지 현황을 점검했다. 4월에는 한국경제인협회 사절단 단장으로 인도네시아 방문길에도 동행했다. 5월에는 싱가포르 '롯데마트 익스프레스' 1호점 오픈식에 참석해 동남아 유통시장을 챙겼다.
미래성장실장으로서 세계 각국 현장을 누비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룹 전체의 신사업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미래성장동력 창출에 직접 세일즈맨을 자처했다.
6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비재 포럼(CGF) 글로벌 서밋에 이어 미국 보스턴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8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롯데리아 현장에서 북미 외식사업 확장 진두지휘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캠퍼스를 찾았다. 이어 일본 출장길에 올라 라쿠텐그룹과 '광면역치료 기술 플랫폼' 국내 도입도 직접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CPHI 2025 전시회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 전반을 가로지르는 '전면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재계에서 '은둔의 후계자'로 불리는 그가 언론 노출을 마다하지 않는 행보를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영수업 중인 조용한 3세'로 인식됐으나, 올해 들어서는 부친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글로벌 현장 경험을 쌓는 실전형 경영자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신 부사장이 경영 수업을 마치고 본격 경영진으로서 실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적지않다.
다만 신 부사장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남아 있다. 현재 롯데지주 3만주인 0.03% 지분을 갖고 있다. 향후 지분 확대와 함께 국적 문제 등 후계 구도를 둘러싼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