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현수 기자] 국내 1호 여행 유니콘 기업 야놀자 이수진 총괄대표의 숙원 사업인 미국 나스닥 상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지만,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 지표는 일제히 악화하면서 '내실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적지않다.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와 이수진 대표의 기대치 사이의 ‘눈높이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조 클럽'…아쉬운 '수익성'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야놀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한 1조292억 원을 기록했다. 2007년 창립 이후 19년 만에 거둔 '1조 클럽' 가입 성과다.
다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했다.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이익 규모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따른 전략적 투자로 영업이익 감소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성장+수익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야놀자의 현재 영업이익률(약 1.5%)은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할 때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사업 부문별 온도 차도 뚜렷하다. 야놀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엔터프라이즈 솔루션(ES) 부문은 매출 3526억 원을 기록하며 20.5% 성장했지만, 여전히 매출 비중은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할 컨슈머 플랫폼(CP) 부문이다. CP 부문 매출은 7237억 원으로 7.8% 성장에 그쳤고, 조정 EBITDA는 고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인해 전년 대비 크게 위축됐다.
때문에 현재의 수익성으로는 까다로운 미국 증시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나스닥은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흑자 모델을 엄격히 따지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절반 이상 '뚝'…나스닥 상장 5년 째 지지부진
야놀자의 나스닥 상장은 지난 2021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2조 원 규모의 ‘메가 딜’ 투자를 유치하며 공식화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비전펀드가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10조 원(데카콘)으로 평가하며 쿠팡에 이은 두 번째 나스닥 직행 유니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재 비상장 주식 시장(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야놀자의 시가총액은 3조~4조 원 안팎에 머물러 있다. 에어비앤비, 익스피디아 같은 숙박 플랫폼 업체들의 평균 밸류에이션을 야놀자에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1조원대 후반~3조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대중에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창립행사에 향후 10년은 글로벌 넘버원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대표는 기업공개(IPO)에 대해 "한국, 런던, 뉴욕 등 어디서 상장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러브콜은 많이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상장 시계는 멈춰 선 상태다. 투자 유치 직후부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미국 법인(Yanolja US) 설립 작업까지 마쳤지만, 실질적인 기업공개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기에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엎친데 덮친 격이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 등 3중고의 파고가 야놀자의 글로벌 전략과 나스닥 상장 로드맵에 거센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다.
수년째 공언해 온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수익성 증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 대표의 '글로벌 테크 기업' 로드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1조 매출 돌파는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한 AI 및 데이터 기반 솔루션 사업 고도화와 플랫폼 사업의 고객 우선주의 전략이 맞물려 이뤄낸 성과"라고 말했다.
영업이익 대폭 감소와 관련, "글로벌 시장 경쟁 대응과 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를 비롯해 AI시대 서비스·기술 고도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지속됨에 따른 비용의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나스닥 상장 등 향후 전망과 계획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