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유희석 기자] 남양유업이 '갑질 기업' 이미지에 '악성댓글'을 더했다. 몇 년 전 대리점을 상대로 한 상품 강매 사건이 잊혀가는 도중에 경쟁사를 상대로 악의적인 댓글 공작을 펼쳤다는 사실이 드러나서다. 실망감에 등을 돌리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실적도 나빠졌다. 지난해 매출이 7.5%나 빠졌다. 앞서 가는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황제'서 '평민' 된 주가
남양유업 주가 상황은 처참하다. 2013년 만해도 주당 100만원을 넘기면 '황제주'로 불리던 남양유업은 2013년 영업사원의 '욕설 파문'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업황 부진과 실적 악화 등 어려움이 계속됐지만,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9월 주가가 50만원 밑으로 떨어지더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달 2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주가 하락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본 사람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다. 약 52% 지분을 가진 홍 회장은 한때 주식 가치가 4000억원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1100억원을 조금 넘긴 수준에 불과하다. 홍 회장은 부친인 고(故) 홍두영 전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회사를 물려받았다. 동생인 홍우식 서울광고기획 대표와 외식 사업가 홍명식 씨도 남양유업 지분을 각각 0.77%, 0.45% 보유한다.
아버지를 대신해 1990년대 초반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홍 회장이 남양유업 지분을 늘린 건 2000년부터다. 아버지인 홍 명예회장이 은퇴하자 경영권 안정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후 아버지와 모친인 지송죽 남양유업 고문 주식까지 상속을 받으면서 지분율이 25%대로 올랐다. 2013년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보유하던 19만8188주마저 실명 전환했다. 이때 홍 회장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2013년에는 홍 회장이 갑자기 지분을 대거 매각해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홍 회장은 그해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한 달이 안 되는 시기 모두 6852주, 약 75억원 어치를 팔았는데, 당시 지분 실명 전환을 준비하면서 세금 납부 등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 일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지난해 말 기준 6.64%를 가지고 있다. 이어 '퍼스트 이글 글로벌 펀드'와 신영자산운용이 각각 5.55%, 5.52%로 뒤를 이었다.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소액주주는 전체 주주의 97%를 차지하지만, 지분은 28.11%에 불과했다.
주가 하락, 승계에는 유리
아이러니하게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승계에는 유리해진 것으로 보인다. 증여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70세 고령이 된 홍원식 회장도 마침 슬슬 가업 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재 홍 회장의 두 아들인 홍진석 씨와 홍범석 씨 모두 남양유업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첫째인 홍진석 상무는 등기임원으로 핵심부서인 경영전략본부를 맡았다. 홍 상무는 과거 홍원식 회장이 군대를 보내지 않기 위해 병역비리를 저질러 입건됐을 정도로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 자녀가 남양유업 주식을 현재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홍 회장 손자인 홍모 군이 0.06%(431주) 지분을 가지고 있다. 홍 회장은 지난 2008년 당시 만 1세이던 손자에 1794주를 증여해 논란됐다. 홍군은 이후 2013년 12월 주식 일부를 매각해 12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