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한국산 K2 전차 180대가 폴란드로 다시 한번 수출되는 가운데 2차 수출품의 엔진과 변속기가 한국산으로 전면 대체될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전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파워팩'을 국산화해 공급망 안정성과 정비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장비로, 전차의 성능을 좌우한다.
서준모 현대로템 유럽방산법인장(상무)는 지난 8일(현지시간) 폴란드 방산매체 '디펜스24(Defence24)'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군의 요구 성능에 맞춰 제작될 '개량형 K2 전차' K2PL의 엔진과 변속기는 폴란드 수출용 K2 갭 필러(gap filler, GF)와 동일하게 한국산 엔진과 독일산 변속기를 탑재한다"며 "향후 추가 이행 협정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모두 한국산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K2 전차 엔진은 먼저 국산화했지만 변속기는 독일 제품에 의존해 '반쪽짜리 국산 전차'로 전락했다. 현대로템은 K2PL에 국산 파워팩을 장착해 후속 군수지원을 원할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폴란드 보다 한국산 파워팩을 먼저 탑재한 전차는 튀르키예의 알타이가 있다. 알타이는 K2 전차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전차다. 알타이의 파워팩은 HD현대인프라코어의 1500마력급 전차용 엔진과 SNT다이내믹스의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제작됐다. 알타이는 파워팩 성능을 검증하고 전차를 양산하고 있다. <본보 2021년 12월 7일 참고 [단독] 터키 차세대 전차 '알타이', 국산 파워팩 적용 확정>
서 법인장은 K2GF와 K2PL의 변화로 파워팩 뿐만 아닌 성능을 꼽았다. 그는 "전반적인 구성은 유사하지만 성능은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능동방어체계(ASOP), 원격조종무장장치(RCWS), 360도 상황인식 시스템, 드론 교란 시스템 등 추가 시스템이 통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드론 교란 시스템은 현재 한국에서도 사용되지 않고 있어 K2PL이 이 시스템을 탑재하는 첫 번째 전차가 된다.
장갑 방호력도 향상됐다. 방호력 향상을 위해 전차 내부 장갑 구조를 변경했고, 승무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차량 내부 공간을 확장했다. 기동성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방호력 강화와 그에 따른 장갑 개량으로 무게는 수 톤 증가하겠지만, 기동성은 99% 유지된다.
K2PL 전차는 한국형 탄약 외에 독일이나 미국 등의 국가의 표준 NATO 탄약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
서 법인장은 "K2GF를 사용하면서 교훈을 얻은 폴란드군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며 "이미 많은 구성 요소를 수정, 개선하고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2GF를 K2PL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시나리오도 항상 고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특정 요구 사항을 수립했으며 ASOP, 무인항공기 재머 및 기타 솔루션 설치 등을 하면 K2GF를 K2PL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폴란드 현지 생산은 폴란드 방산업체인 PGZ 산하 부마르-라베디(Bumar-Łabędy)와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논의와 기술 이전 계약(TOT)을 체결한 후 실시된다. TOT에는 기술 이전 시기, 방법, 범위 등이 포함된다.
서 법인장은 "글리비체(Gliwice)의 부마르 공장에 조립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며 "향후 부마르 공장 내 유지보수(MRO) 시설 설립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MRO 센터가 완전히 가동될 때까지 현대로템이 폴란드군에 K2 MRO 지원을 계속 제공할 예정이다
9조원 규모의 K2 전차 2차 폴란드 수출은 이달 초 협상이 마무리됐다. 공급 물량 180대 중 116대는 현대로템이 생산해 공급하는 K2GF고, 나머지 64대는 부마르가 현지에서 K2PL로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