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이노베이션, 美법인 5400억원 그린론 조달…'소송 따로 사업 따로'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자금 마련 목적
LG화학과 법적분쟁 등 투자위험 여전


[더구루=홍성환 오소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수천억원 규모의 '그린론(Green Loan)'을 조달한다. 미국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을 위한 투자 자금 용도다. 그러나 투자 위험이 제법 큰 상황이다.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할 수 있는데다, 현지서 불법 취업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법인인 'SK 배터리 아메리카'는 최근 신디케이트 그린론을 통해 4억5000만 달러(약 5400억원)를 조달했다. 신한은행과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일본 미츠이스미토모은행(SMBC)이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그린론이란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효율화 같은 친환경 사업에 제한되는 자금 조달 방법이다. 글로벌 기관에서 받은 '친환경 인증'이 필요하지만, 일반 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필요할 때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국내 기업 최초로 8000억원 규모의 그린론을 조달한 바 있다. 미국과 헝가리, 중국 등에 건설하는 생산 공장을 위한 투자 자금 용도였다. 하지만 이후 미국 배터리 공장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자금이 부족해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州)에서 착공한 제1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인 지난 4월 제2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8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이 1·2공장 건설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금액은 총 3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를 그린론으로 조달하는 셈이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을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현재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법적 분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공장 운영이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이미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의 소송 전후로 이메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행위를 했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부제소 합의를 깼다며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최근 패소했다.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취업 논란까지 불거졌다.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며 주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인 대신 한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현지 여론이 싸늘해졌다. <본보 2020년 8월 21일자 참고 : SK이노, '불법취업+이메일 삭제' 美 신뢰도 바닥…조지아 지역 정서 '싸늘'>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서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ITC에 이어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도 패하면 원칙으로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이 공장을 완공해도 정상적인 가동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두 회사가 합의 없이 소송을 이어가면 1심 판결은 2~3년, 최종심 판결은 추가로 1~2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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