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한아름 기자] 롯데칠성음료 필리핀 자회사 펩시 필리핀(PCPPI)이 설탕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 설탕은 탄산음료의 주성분인 만큼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결국 생산성 악화로 구조조정 카드도 꺼낼수 있어 하반기 경영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진 형국이다.
26일 PCPPI에 따르면 코카콜라 필리핀과 ARC 리프레시먼트와 함께 설탕 공급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으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 관계자와 긴밀히 협력 중이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탄산음료 산업의 핵심 성분인 설탕이 부족함에 따라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며 "설탕이 공급될 때까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설탕이 부족해 음료 생산이 지연된다면 임직원 해고 등이 불가피하다.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청량한 탄산음료 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원활한 설탕 공급을 위해 정부와 설탕업계 관계자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설탕 부족 문제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현지서 설탕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태풍 오데트와 폭우가 겹치면서 이달 중순까지 생산량이 180만t에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2022추수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필리핀의 설탕 생산량은 지난 2월 전망된 207만t 이하가 되리라 전망했다.
필리핀 설탕규제청(SRA)은 "정제설탕 약 20만t 수입까지 지연되고 있다"며 "설탕 재고가 바닥날 지경이 되자 가격까지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대 설탕생산국 브라질·인도에서 이상기후와 고유가 등의 악재로 설탕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세계 각국서 설탕 공급난에 신음하고 있는 모습이다.
설탕 부족 사태는 탄산음료 사업에 타격을 입혔다. 라파엘 알루난 3세(Rafael M. Alunan III) PCPPI 부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등은 곧 필리핀 시장에서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리핀 슈퍼마켓 협회에 따르면 탄산음료 제품 일부는 6주간 필리핀 소매점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필리핀 정부는 다른 나라로부터 설탕을 수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알루난 전 관광부 장관·내무장관은 "설탕이 일부 공급되더라도 최대한 빨리 음료 업체에 전달해야 탄산음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며 "수입 승인부터 음료업체 창고로 배송하기까지 약 6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필리핀 내 설탕 수급 문제는 당사를 포함해 글로벌 및 로컬 식음료사 모두에 해당 되며 관련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설탕 공급 정상화를 위해 필리핀 현재 PCPPI를 비롯해 주요 음료 회사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