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초대형에탄운반선(VLEC) 수주를 위해 중국 화학기업과 건조 상담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미국 선사 델로스로부터 VLEC를 수주했는데 최초 발주사인 델로스가 중국기업에 선박 소유권을 넘기면서 남은 옵션 물량 확보는 중국과 진행하게 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중국 화학기업 절강위성석유화학(STL)과 9만3000㎥급 VLEC 6척 수주 상담을 펼치고 있다. 이번 물량은 앞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지난 2018년 미국 선사 델로스로부터 수주한 VLEC 확정 물량이 아닌 옵션 물량이다.
앞서 델로스는 옵션 포함 최대 12척의 VLEC 발주를 추진했다. 그러나 자금 부족으로 선박 건조대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자 중국 STL 측에 선박 소유권을 넘겼다. <본보 2019년 3월 4일 참고 '현대·삼성重 수주' 초대형 에탄선 6척 주인 바뀐다> 옵션물량을 STL과 논의하는 이유다.
당시 STL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에탄올을 수송하기 위해 델로스가 발주한 선박을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확정물량을 확보한 만큼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또한 선주사 변경 전 발주를 처음 추진했던 델로스가 옵션 6척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계약 당시 각각 3척의 추가 발주하기로 한 바 있어 옵션 확보도 무리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변수는 있다. 기술력 면에서는 한국 조선소가 월등히 앞서지만, 중국이 자국 조선소에 일감을 우선 주고 있어 수주를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중국 조선소는 자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낮은 선가로 선주들을 유혹하는 등 가격 경쟁력이 강하다.
실제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중국 장난조선소에 밀려 세계 최대 에탄운반선(VLEC) 수주에 실패한 바 있어 중국 조선소에 물량을 뺏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편, 선주 변경에 따른 선박 건조 가격에는 변동이 없었다. 델로스가 발주한 VLEC의 척당 가격은 1억2400만 달러(약 1400억원) 수준으로, 총 계약금액은 7억5000만 달러(약 8900억원)에 달했다. 옵션분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