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쌍두마차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오는 2022년 3나노미터(nm)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면서 초미세공정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내년 하반기 3나노미터(nm)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올해 시험 생산에 돌입한다. TSMC는 지난해 11월 대만 남부 사이언스파크(STSP)에서 3나노 공장 준공식도 가졌다. 당초 지난해 말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정을 늦췄다.
TSMC의 3나노 공정은 아이폰14 탑재가 예상되는 애플의 'A16 바이오닉'에 최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2와 아이패드 에어 4세대에 탑재된 'A14 바이오닉'은 TSMC의 5나노 공정에서 제조됐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3나노 생산라인 원가를 계속 낮추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고성능 컴퓨터 분야 고객사들과 교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2022년 3나노 제품 양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TSMC가 목표로 한 2022년 하반기보다 조금 앞당겨 잡은 것으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TSMC보다 빠르게 미세공정을 선점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TSMC와 달리 기존 핀펫(FinFET) 기술이 아닌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적용한다. 핀펫은 초미세공정에서 다소 불리한 기술로 알려져 삼성전자가 성공적으로 양산에 성공한다면 TSMC보다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박재홍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협력사 개발자들과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한 행사에서 " 2022년까지 3나노 칩을 대량 생산할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위해 시장 동향에 적극 대응하고 첨단 설계 기술을 지속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양산 가능한 최신 기술은 5나노 공정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갖춘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뿐이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7나노 양산에 성공했지만 3나노 공정 기술은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하는 등 양사는 미세공정에서 엎치락 뒷치락 하고 있다.
2나노 경쟁에서는 TSMC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지난해 2024년 2나노 칩 양산을 목표로 신공장 건설을 공식화했다. 약 20조원을 투자해 대만 신주 인근에 있는 신주과학원구에 2나노 연구개발(R&D) 센터와 공장을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아직 2나노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았다.
글로벌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설비 및 공정 기술에 역대급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등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액이 250억~280억 달러(약 27~3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집행한 172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숫치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액의 80%를 7나노 이하 초미세화 선단공정에 사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메모리부터 비메모리까지 사업 영역이 넓은 삼성전자의 특성상 투자 금액은 파운드리에만 집중하는 TSMC에 훨씬 못 미칠 전망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55.6%와 16.4%다. 2분기 32.7%p까지 줄었던 격차는 3분기부터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