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독일 원자재 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수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독일 산업연맹(Bundesverband der Deutschen Industrie e.V., 이하 BDI)의 올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성장세 전환이 예상됐던 독일 원자재 산업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영향으로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총생산량 성장률은 기존 3.5%에서 1.5%로 하향 조정됐고, 전체 수출·수입 규모 성장률도 각각 2.5%, 4.5%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독일 원자재 산업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는 독일의 주요 거래 국가다. 천연가스를 주로 조달한다. 기본적인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산업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화학약품산업 내 가격 상승폭이 컸는데 올 1분기에만 평균 가격이 약 22% 올랐다. 생산라인 가동률이 전년 대비 80% 수준에 머무르면서다.
일부 원재료를 소수 국가로부터 조달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독일은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희토류의 95%를 중국에서만 수입하고 있고, 리튬의 약 80%는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가 납품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러시아 제재와 함께 독일 원자재 산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기업들이 결국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높아진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독일 재건은행은 중소기업 5분의 1이 제품 가격 상승을 통해 견디고 있으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원자재 수입량과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자족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총 200GW 규모 태양열 시설을 마련해 에너지를 수급한다. 독일 정부 주도 하에 금속원자재 재활용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밖에 독일 산업연맹과 원자재국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원자재 산업 관련 정보를 제공, 독일 기업들이 원활한 공급을 위한 협상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유준 코트라(KOTRA) 뮌헨무역관은 "독일은 최근 코로나 팬데믹 및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타격을 회복하고 장기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단기적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원자재 산업 의존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겪는 침체기를 경제 및 과학 분야의 협동을 통해 최선으로 버텨낼 수 있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서 원자재 산업에서 독일의 경쟁력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