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구루] '副'뗀 동국제약 권기범號…'·IPO·1조클럽' 승부수, 현실은 '공염불'

투 토끼 전략 통할까…"3년 내 매출 절반 올려 1조"
파트너사 가치 공모가 밑돌고 복지부 정책 '이중고'

[더구루=한아름 기자]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이 숨가쁜 한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회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며 그룹 운전대를 잡았지만 마냥 기뻐할수만은 없는 처지다. 12년 만에 부(副)를 뗀 회장 타이틀을 거머쥔 만큼 오너 경영을 안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아서다.  


권 회장은 창업주 고(故) 권동일 회장 장남으로 '뉴 동국제약'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헬스케어사업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제약 부분 연구개발(R&D) 강화에 방점을 찍고 동국생명과학을 디딤돌로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단 계획이다. 


곧바로 승부수를 띄웠다. 계열사 동국생명과학의 'IPO'와 '1조 클럽'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상반기에 증시 입성을 겨냥하고 있다. 내실 다지기뿐 아니라 매출 1조원을 달성해야 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국생명과학의 IPO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동국생명과학이 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최대주주 동국제약의 '퀀텀점프'를  기대할 수 있다. 


2025년엔 매출 1조원 달성도 노린다. 동국제약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6755억원. 단순 계산으론 권 회장은 3년 내 매출 48%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협력사 루닛 업고 가치 제고 계획…IPO 투심은 꽁꽁


완전한 오너 2세 경영 체제 확립을 위해 IPO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앞날이 밝지 만은 않다. 


시장은 냉랭하다. 대내외적 리스크로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으로 IPO 시나리오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권 회장이 내건 승부수가 물거품이 될 뿐만 아니라,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자승자박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지출 구조 개혁도 갈 길 바쁜 권 회장의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다. 권 회장은 일단 동국생명과학의 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동국생명과학의 핵심 사업으로 영상진단 솔루션 강화를 꼽았다. 2018년부터 파트너십을 구축해온 협력사 루닛의 진단 프로그램을 유통해 국내 시장을 공략하겠단 구상이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도 내놨다. 우선 루닛이 출시할 AI 암 진단 신제품의 영업과 마케팅에 적극 나서 사업 동력을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루닛의 AI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의 유통과 공급계약을 위한 총괄 업무는 동국생명과학이 맡는다.


주요 제품은 △흉부 엑스선(X-ray) 영상을 분석해 폐 결절로 의심되는 부위를 검출하는 '루닛 인사이트 CXR' △유방촬영술 영상에서 유방암 소견을 검출하는 '루닛 인사이트 MMG'. 기존 조영제 사업에 AI 영상진단 솔루션을 결합해 새로운 동국생명과학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먼저 IPO 시험대에 오른 루닛은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루닛은 23일 기준 2만7100원으로 공모가(3만원)보다 10% 떨어졌다. IPO 과정도 힘겨웠다. 루닛은 지난 7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7대 1 수준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이며 공모가를 3만원에 확정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4만 4000~4만9000원) 하단보다도 31.8% 낮은 액수다. 참가 기관 중 79%(128곳)이 희망 범위 하단에 못 미쳤다. 


자체 기술력을 보유 중인 루닛도 IPO 시장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는데 이를 단순히 유통하는 동국생명과학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올해 내내 침체였던 IPO 분위기를 전환할 반전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투자 심리가 급격히 식었다"며 "IPO 시장이 격변기에 놓인 상황에서 동국생명과학이 단순 AI 영상진단 솔루션 유통 판매만으로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는 무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지부, MRI 보험 급여 축소…사업 확장 제동 우려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지출 구조 개혁도 넘어야 할 산이다. 


복지부는 건보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뇌·뇌혈관 MRI(자기공명영상) 보험 급여 축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뇌·뇌혈관 MRI의 건보 재정 지출은 2529억원으로, 당초 목표인 2053억원을 넘어 집행률이 123.2%에 달했다.


복지부가 MRI 보험 급여를 축소하면 동국생명과학의 수익성 확대 전략에 찬물을 낄 얹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5월 동국제약의 조영제 사업 부문에서 물적 분할된 기업으로, 파미레이·유니레이 등을 국내 판매하고 있다. 조영제 연 매출은 약 570억원이다.


권 회장이 내놓은 조영제 사업 강화 방안으로는 기업 가치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동국생명과학은 그간 CT 조영제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해왔지만 MRI 조영제 영역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생명과학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CT 조영제라 당장 타격을 입진 않겠지만 사업 확대를 통한 매출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권 회장이 내놓은 동국생명과학 비전에 뚜렷한 수익모델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그리는 '뉴 동국제약'의 미래를 짊어질 IPO를 완주할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의 프로필이다.

 

▲1967년생 ▲1985년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1994년 동국제약 입사 ▲2002년 동국제약 대표이사 부사장 ▲2005년 동국제약 사장 ▲2010년 동국제약 부회장 ▲2022년 동국제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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