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구루] 유한양행 조욱제號 '도매상' 오명 떼기 쉽지 않네

'35년 유한양행맨' 조 사장…2026년 4조 목표 어쩌나
영업이익률 2.7%로, 한미약품 10.5% 절반에 못 미쳐

 

[더구루=한아름 기자]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의 의약품 부문 성적표는 반쪽짜리다. 제약사의 정체성을 찾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중 탑티어 수준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지만 의약품 사업보다 상품 매출 비중이 커 '외산 약 도매상'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지난해 매출 1조6890억원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영 전면에서 운전대를 쥔 '35년 유한양행맨' 조욱제 사장의 고민은 깊다. 실속 없는 외형확장이라는 비판이 흘로나오기 때문이다. 상품 매출(외국산 의약품 위탁판매)에 의존해 수익을 이끄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올 상반기 상품 매출은 502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56.2%)을 넘어섰다. 한미약품의 상품 매출 비중이 10%를 밑도는 만큼 경쟁사 대비 본업에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수익성 악화는 고스란히 조 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 1분기부터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쪼그라들었다. 1·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9.5%, 61.9% 뒷걸음쳤다. 다국적제약사 등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마일스톤(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료) 수익이 큰 폭으로 줄었고 마케팅·광고비 비용 지출 등으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수익성 악화…이정희 전 사장 그늘 벗어 날까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상품 매출 비중이 높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2.7%로, 한미약품의 10.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지난 2분기에는 5.3%로 개선됐지만, 한미약품 5.7%, 대웅제약 6.5% 종근당 9.7% 보다 낮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반전을 꾀하던 조 사장의 경영 행보는 가시밭길이다. 최근 의약품을 넘어 동물의약품·의료기기·프로바이오틱스·화장품·미용긱기 등 신사업 연계 전략이 성과를 내는 듯 보이지만 회사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긴 역부족이란 평가다. 문제는 이른 시일 내 큰 폭의 수익성을 기대할 만한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4년 뒤 덩치를 두 배(2021년 매출 1조6878억원→2026년 4조원) 이상 불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리겠다는 목표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조 사장은 이정희 전 유한양행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글로벌 50위 제약사로 성장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이 전 사장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선 이 전 사장은 국내 제약 산업에 한 획은 그은 인물로 평가 받는다. 2015년 초 9개였던 유한양행의 파이프라인을 30개로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결실도 봤다. 이 전 회장의 대표 성과는 효자로 올라선 비소세포폐암 신약 레락자(성분명 레이저티닙)다. 이 전 사장은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레이저티닙을 도입해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전임상, 임상1·2상 등을 주도하며 잠재력을 끌어냈다.

 

 

◇체질 개선 시급…'주인 없는 회사' 리스크


조 사장은 체질 개선과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해 신사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취임 후 동물의약품 사업 '윌로펫'를 선보이는 등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경쟁사인 종근당과 일동제약·광동제약 등도 수 백억원을 투자해 대대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유산균 시장 후발 주자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이또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종근당건강의 '락토핏'이 1위를 지키고 있다. 락토핏은 지난해 2620억원이 판매되며 시장을 휩쓸었다


업계에선 제약 맏형이었던 유한양행이 상품 매출에만 의존하면서 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분석을 내놓는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신규 투자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소위 '주인 없는 회사'로 전문 경영인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7월엔 유한양행 컴퓨터 시스템이 랜섬웨어에 감염되면서 회사 명성에 흠집이 나고 있다는 평가다. 당시 유한양행 컴퓨터가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수일간 전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었다. 통상 제약사 서버에는 광범위한 처방 데이터와 의료기관 관련 자료가 포함돼있어 해킹 피해가 크다는 관측이 많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 산업 특성상 임상 환자 개인 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취급 중인 만큼 유한양행은 보안에 힘을 썼어야 했다"며 "과거 제약사 해킹 사례 이후 글로벌뿐 아니라 제약사들은 여러 방어 장치를 해두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을 꿈꾸는 제약사들에겐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유한양행의 현금 흐름이 나빠져 신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는 영업이익으로 연구개발(R&D) 투자나 우수인력 수급 등 선순환을 이루는데, 현금 흐름이 나빠지면 투자 여건이 불리하다"며 "제약산업의 호황 사이클이 시작될 때 빠른 대응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등을 통한 의약품 비중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의 프로필이다.

 

▲1955년생 ▲1982년 고려대 농화학과 ▲1987년 유한양행 입사 ▲2006년 유한양행 약품사업본부 병원지점장 이사 ▲2009년 유한양행 전문의약품 영업1부장 상무 ▲2017년 유한양행 약품사업본부장 부사장 ▲2019년 유한양행 경영관리본부장 ▲유한양행 업무총괄 ▲2021년 3월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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