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구루] 연구원 출신 한미약품 권세창號, '제네릭→신약' 체질 확 바꿨다

'26년 한미약품맨'…2017년 대표 올라 '신약개발 주역'
R&D전문가로 개량·복합 신약 라인업 확장…1위 고수
'권리확보기본' 제약특허등재 건수, 국내서 가장 많아

[더구루=한아름 기자] '신약 개발 전문 기업.' 


한미약품의 기업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제네릭(복제약) 주력 기업에서 신약 개발을 리드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사실상 제2의 창업을 이뤘다. 그 선봉에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이 있다. 연구원 출신인 그는 사내에서 '미래를 살고 있는' CEO(최고경영자)로 불린다. 권 사장이 손을 대는 신약 후보물질은 곧 회사의 미래가 됐다. 


권 사장은 20여년간 한미약품에서 연구원으로 외길을 걸어왔다. 18년 전인 2004년 바이오 신약 팀장이던 당시 그는 한미약품 미래사업 밑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려나갔다. 독자 약효 지속 기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 Platform Technology)' 연구도 그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약효 지속 기간을 늘려 약 투여량과 횟수를 줄여주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에서 관리하고 출원한 특허만 1000여개를 훌쩍 넘어섰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물자원과학과 박사 출신인 그는 199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입사해 2012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소장, 2016년부터 한미약품 연구센터 부사장을 역임했다. 대표이사직을 맡은 2017년부터 한미약품은 매년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미=제네릭회사'라는 틀을 깼다. 매출액 대비 5%를 R&D 투자에 쏟았으며 이 중 80%를 제네릭에 집중했다. 제네릭 중심의 제약사 분위기에도 그는 신약 개발의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그의 뚝심 경영은 한미약품을 국내 제약산업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계약 해지 경험도 자산으로…기술이전 넘어 美 정조준

 

앞서 사노피·베링거인겔하임·일라이릴리·얀센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기술 수출 계약을 맺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 계약 해지됐지만,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경험이 있는 것도 한미약품의 경쟁력이자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권 사장은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력 경험을 발판 삼아 신약의 가치를 높이는데 힘을 쏟았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제품을 토대로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에 집중투자하는 '한국형 연구개발' 모델을 조기에 구축했다.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신약개발보다는 한미가 잘 할 수 있는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 항암,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해 파이프라인을 지속 확장하는 전략을 펴왔다."


권 사장은 신약개발 경쟁력에서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한미약품의 비결로 '선순환 구조 정착'과 '선택과 집중' 전략을 꼽았다. 


결과는 단박에 '퀀텀점프(대약진)'로 이어졌다. 지난 9월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었다. 그의 전략은 그간 R&D 투자에 주력해 온 데 비해 기술이전에만 주력해온 한미약품을 최종 승인을 통해 세계 시장 상업화를 이뤘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전체로도 3년간 명맥이 끊겼던 FDA 신약 승인이 다시 성공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다.


한미약품의 급성장은 권 사장의 야심작으로 평가받는 랩스커버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랩스커버리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번에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롤론티스도 랩스커버리 기반의 바이오 신약이다. 스펙트럼에 글로벌 판권 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은 오는 24일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롤론티스·포지오티닙 성과…연평균 10% 매출↑


투자 업계에서도 한미약품의 하반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신약을 무기로 코로나19 여파로 부진을 만회하고 하반기부터는 정상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반기 기준 제약사 중 가장 돋보이는 실적을 보일 제약사로 한미약품을 꼽았다.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3분기 기준 가장 돋보이는 제약사는 한미약품"이라며 "지난 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컨센서스를 상회한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했다. 로수젯을 필두로 한 주요 품목이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익성이 좋은 품목들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증가한 3421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468억원, 313억원이다. 각각 지난해보다 26.9%, 11.5% 늘어난 것이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도 웃돈다. 증권가는 올해 3분기 한미약품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3324억원, 417억원으로 전망했었다.


이런 호실적 배경엔 권 사장이 추진한 제약 특허가 뒷받침한다. 국내 제약업계 성장한계를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극복하려면 권리 확보가 우선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특허 등재는 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력을 입증하는 척도이자 향후 권리 확보의 기본으로 일컬어진다. 실제 상반기 한미약품이 등록한 제약 등재 특허 건수는 5건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다. 경쟁사 제일약품·셀트리온(2건), 유한양행·삼아제약(1건)과 비교했을 때 독보적이다. 


권 사장은 “신약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10여년이라는 긴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오너의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불굴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약개발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분야”라고 했다. 그는 오늘의 한미약품 또한 창업자 임성기 회장의 “신약개발 없는 제약회사는 죽은 기업”이라는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권 사장은 '이제 다시 시작'을 외친다. 전문가들 역시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가 한미약품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또 다른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2023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의 프로필이다.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1982년 서울 경동고 졸업 △1986년 연세대 생화학과 졸업 △1988년 연세대 생화학 석사 △199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연구위원 이사 △2009년 서울대 동물자원과학 박사 △2010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바이오신약 총괄 부소장 △2012년 한미약품 연구센터장 △2017년 한미약품 공동대표.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