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美 반도체 산업 공급망…미중 갈등·프렌드쇼어링 가속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미중 갈등 악화 우려
미국과 동맹국 우호관계 강화될듯…공급망 재편 가속화
탄소중립 행보…지속가능한 밸류체인 구축해야

[더구루=정예린 기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갈수록 악화되는 미중 갈등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짙은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변화 흐름을 파악,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트라(KOTRA)는 12일 미국 반도체 산업 공급망과 관련해 올해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중국 제재 △프렌드쇼어링 △밸류체인 지속가능성 등 3가지를 꼽았다. 

 

가장 먼저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수출 규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작년 10월 발표한 신규 수출 통제 조치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제재는 장비 기업들이 18nm(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비메모리반도체(로직칩) 등의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원천 봉쇄한 것. 최근 네덜란드와 일본까지 동참하기로 결정, 파급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 대중국 제재는 반도체 산업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미국 무역 수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적자였던 미국의 대중 반도체 무역규모는 양국 갈등이 본격화된 2020년 흑자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체제로 떠오른 대만 등 다른 국가와의 반도체 무역적자는 가속화됐다. 

 

미국은 반도체 자국 생산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도 제정했다. 예산 총 520억 달러 중 390억 달러가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위한 보조금으로 사용된다. 

 

올해는 리쇼어링(기업의 국내 회귀)에서 한발 더 나아가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프렌드쇼어링은 원자재, 부품, 노동력 아웃소싱에서 디자인 설계 등 기술 협력까지 우방국 협력 틀 안에 제한하고 비우호국 경제와는 배타적 관계를 설정하는 전략이다. 미국과 동맹국인 국가 내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 

 

탈탄소화 행보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 공급망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 등 환경 오염 물질 관리를 더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이 국제 무역 환경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고 불확실성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트라에 "미국은 자국의 칩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팹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칩 제조 공급망을 다각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위험요소도 존재한다"며 "미국 반도체 기업과의 관계에서 어떤 비즈니스 관계가 가장 좋을지 철저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무역 제한과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반도체 제조 및 디자인 분야의 IP(지식재산) 공유는 더욱 제한될 것"이라며 "제조시설을 갖는 칩 회사들은 첨단기술 분야의 국경 간 무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탄력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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